청와대 박범계 법률비서관이 지난 12일 검찰청사로 송광수 검찰총장과 김종빈 차장을 방문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날은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 이광재씨가 썬앤문사건으로 소환돼 이틀째 조사를 받은 날이고, 이어 왼팔 안희정씨도 소환된 날이다. 박 비서관은 청와대 386그룹의 핵심이다. 이쯤 되면 무슨 이유를 갖다붙인다 해도, "얼마나 다급했으면 민감한 시기에 청와대 비서관이 검찰청사에 나타났겠느냐"는 의혹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에서 "노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이 검찰과의 사전조율 아래 고도로 기획돼 나왔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주장하는 것을 정치공세로 치부할 수 없게 하는 정황이다.청와대는 "박 비서관이 총선출마를 앞두고 이임인사를 간 것이며, 검찰은 그의 소관업무도 아니어서 오해를 살만한 일이 아니다"고 말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대통령측근비리 및 불법대선자금 수사와의 관련성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더구나 이광재씨는 출두 전 박 비서관과 상의했다는 얘기도 있다. 설령 해명대로라고 해도 대통령 참모가 '아무 생각없이' 총선출마 인사나 다닐 때인지 한심하기 그지없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해서는 안희정·강금원·선봉술씨 등이 노 대통령에게 혐의가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입을 맞춰가며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주자 시절 썬앤문의 감세 청탁을 위해 손영래 당시 국세청장에게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노 대통령에게 문제를 일으킨 참모나 측근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 사퇴서를 흔들며 "우리가 그래도 야당보다는 깨끗하다"고 외쳐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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