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5일 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을 "고도의 계산된 발언" "어처구니 없는 국민 협박"이라며 일제히 성토했다.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민주당 조순형 대표를 예방, "이회창 전 후보가 감옥 가겠다며 검찰에 출두한 만큼 노 대통령도 상응하는 조처를 취해야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대표도 "그래서 내가 어제 청와대 회동서 대선 승자도 고해성사하라 진언하지 않았느냐"며 맞장구를 쳤다.
최 대표는 이에 앞서 오전 당 회의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검찰 수사에 묵시적으로 선을 그은 계산된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자신의 불법대선자금 규모가 69억5,000만원을 넘으면 현재 진행되는 대선 무효소송에 치명타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대선 비용 상한은 341억8,000만원인데 274억2,000만원을 신고한 만큼, 법정 상한선을 초과한 것이 드러나면 당선 무효 논란이 벌어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처구니 없는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처량함마저 들었다"고 개탄했다.
최 대표는 또 이날 밤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 빈소에서 조우한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진의가 잘못 전달 된 측면이 있어 대통령이 16일 기자회견에서 좀 더 설명하고 싶어 한다"고 전하자, "어떤 부분이 오해가 있다는 말이냐. 자꾸 말하면 오해가 더 쌓이는 것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실장이 거듭 "언론이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그만두겠다는 식으로 잘못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최 대표는 "알았다"고만 답하며 수긍하지 않았다.
홍사덕 총무는 "노 통령이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의 망발을 했다"며 "온갖 고려와 작업 끝에 나온 것이라면 욕교반졸(欲巧反拙·갖은 기교 끝에 망친다)"이라고 성토했다. 이재오 사무총장은 "대통령직 그만 두겠다는 말이 도대체 몇 번째냐"고 일갈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 회의서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또 정국이 대치상황이 됐다는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특별히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경재 상임위원도 "기가 막힌다"며 "자신의 도덕성 문제를 다른 사람의 도덕성과 비교해서 수치화해 발언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김영환 상임위원은 "가벼운 처신과 경솔한 태도로 국민들을 협박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당선 축하금 성격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를 많고 적음의 문제로 이야기 하는 것은 지극히 평면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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