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입시철이기도 해서 친지들로부터 자녀의 진로와 전공 선택에 관한 조언을 부탁 받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때마다 어떤 조언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나는 과거에 어떤 계기로 지금의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진로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게 되고 그 사람의 생활패턴과 성격까지도 바꾸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우리는 제일 먼저 고교시절에 '인문계냐, 자연계냐' 하는 선택의 문제에 부딪힌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 경험이나 이에 관한 정보와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심사숙고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순간의 경험이나 계기에 의해서 결정한다. 이상적인 선택은 자기 적성에 가장 적합한 분야를 선택하는 것일 것이다.
적성을 알아내기 위해서 수십 가지의 적성검사 방법이 제시되고 심지어 역학을 이용한 방법, 별자리를 이용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의 오류도 있을 수 있어 적성검사 결과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자기의 적성을 정확히 알아냈다고 해도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여 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입시생들이 진로를 선택할 때 자기 적성보다는 장래의 직업전망을 주로 고려하거나, 전공분야 보다는 명문 대학이라는 요소를 더욱 중요시하지 않는가. 심지어는 여러 장의 원서를 구입해서 눈치를 보아가며 즉석에서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자기 적성에 적합하게 전공분야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보다도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욱 많다. 너무나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자기가 선택할 분야에 대해서 좋아할 수 있으며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지를 제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는 아무리 그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그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지만 또 한편으론 조금 부족한 능력으로 출발한다 해도 능력의 배양은 항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술, 체육 등의 특수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적극적으로 노력할 경우 어느 분야에도 능력면에서는 적응할 수 있다. 박찬호나 박세리가 고시공부를 했다면 성공했겠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만한 노력이면 고시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박찬호나 박세리가 고시에 통과하였다 해도 지금처럼 만족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김 윤 호 중앙대 교수 전력전자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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