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가 '산타 랠리'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인가. 일단은 낙관적이다. 후세인의 체포소식이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친 이스라엘 증시가 3.4% 폭등한 것을 시작으로 15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증시도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미 증시 전문가들도 지난 주 다우산업평균지수가 1만 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산타 랠리'를 위한 동력이 충전된 터라 후세인 체포라는 호재가 강력한 촉매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전망을 일제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후세인 효과'의 지속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내 증시, 이라크 관련주 고공 비행
국내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이라크 복구사업 참여, 유가 안정과 미수금 회수 기대감 등으로 건설, 항공, 종합상사 등 관련주들이 초강세를 보였다. 현대건설이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해 신성건설, 남광토건, 대우건설, 두산건설, 풍림산업 등 건설주들은 5%이상 급등했다. 또 유가하락 가능성을 타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4%대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라크에 4억3,270만 달러의 미수금이 있는 현대상사와 대우인터내셔널 등 종합상사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대한투자증권 정홍관 기업1분석팀장은 "후세인의 체포가 유가 안정이나 미수금 회수 가능성을 높여주어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다른 건설회사나 유가 민감도가 적은 해운주 등의 상승은 막연한 기대감 수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세인 체포는 상승장의 촉매
국내외 전문가들은 후세인 체포가 그 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을 해소,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한편 유가하락으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도 절감시키는 등 세계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현대증권은 "후세인의 체포 효과는 소비와 투자가 견인하는 경기회복 시나리오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산타 랠리의 근간을 마련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방카 레오나르도의 분석가 만리오 보나페드는 "후세인 체포는 수개월간 세계증시의 상승을 제한했던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측면에서 강력한 호재"라며 "달러화의 강세까지 가세한다면 미증시가 2%가량 상승하는 랠리가 2∼3일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자동차 등 경기민감주와 은행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UBS증권의 투자전략가 쇼지 히라가와도 "후세인은 일본 기업의 수익성 호전, 경제성장 등과 더불어 호재로 작용 할 것"이라며 "내년 2월까지 닛케이지수가 1만1,5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 랠리 가능성은 글쎄…
그러나 후세인의 체포효과가 심리적인 요인인 만큼 시장에 장기적인 효과를 미칠 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현대증권 정태욱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후세인이 체포됐다는 것은 잘 달리는 말(미 증시)에 채찍을 가하는 호재가 분명하다"며 "그러나 후세인의 체포로 이라크 내 테러가 고개를 숙일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영향은 좀 더 지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스트 알바니의 수석투자전략가 휴 존슨도 "월가는 일단 후세인의 체포를 환영하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랠리가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전세계 테러 행위의 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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