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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 검찰 자진출두/"책임자, 뒤에 숨어선 안돼" 盧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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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 검찰 자진출두/"책임자, 뒤에 숨어선 안돼" 盧를 압박

입력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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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15일 불법 대선자금 모금을 지시했다는 '고백'을 하고 검찰에 자진 출두한 것은 당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고육책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탈출 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이 전총재는 이날 "내가 모든 불법 자금 모금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말 대선자금 내역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모금을 지시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그는 이미 밝혀진 500억원 안팎의 대기업 자금에 대해서만 사과하고 다른 뭉칫돈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 불법 자금도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을 뿐, 구체적 내역을 밝히지 못했다.

이는 이 전총재가 자금의 전모를 잘 모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앞서 자신을 찾아온 서정우 변호사에게 "내가 다 시켰다고 할까"라고 물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총재가 본인의 책임을 주장한 것은 자신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돼 당이 대선자금 정국에서 빠져 나올 수 있으리라는 게 이 전총재의 생각인 것 같다.

"대리인들만 처벌 받고 최종 책임자는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겨냥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이 말은 "이제 노 대통령이 밝힐 차례"라는 압력으로, 당의 활로를 열어주기 위한 공격적 방어다.

이 전총재는 서 변호사가 구속된 직후 이런 대응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총재가 굳이 이날을 택한 것은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14일 노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에 가장 적절한 때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총재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5분간 회견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대검 중수부로 향했다.

홍사덕 총무, 이강두 정책위의장 등 당직자와 의원 10여명이 회견을 지켜봤고, 최병렬 대표는 이 전총재가 당을 떠날 때 현관까지 배웅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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