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은 이라크 게릴라의 실체와 이라크전 당시 상황 등에 대한 갖가지 의문을 풀어줄 열쇠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가 순순히 정보를 털어놓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따라서 미국은 시간을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의 입을 여는 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저항세력의 실체는
미국은 당분간 신문을 통해 그와 저항세력의 관계 및 저항세력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고위 정보관리들이 14일 밝혔다. 날로 험악해져 가는 치안 상황을 안정시키려면 시급히 게릴라들의 정체부터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 후 후세인이 저항세력의 조직적인 미군 공격을 조종하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13일 그가 생포된 장소에서는 저항세력의 편지와 회의록이 발견됐다. 또 신문 과정에서 자신이 저항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하지만 후세인은 도피와 생존에 급급했을 뿐, 저항세력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많다. 그동안 미군과 영국군 등 외국군에 테러를 가한 일부 이슬람 과격단체들은 후세인과 무관함을 거듭 주장한 바 있다. 시사 주간 타임은 "미군이 뱀의 머리를 잘랐는지, 땅굴 속에 숨은 한 늙은이를 찾아낸 것에 불과한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량살상무기 있나 없나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영국의 초미의 관심사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존재를 입증하는 문제다. 유엔과 미 정보기관들은 여러 차례 WMD 발견에 실패한 바 있다. 미군 조사 과정에서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타리크 아지즈 전 부총리도 WMD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WMD가 있었다고 해도 재판 과정에서 전쟁의 정당성 등을 놓고 미국과 치열한 여론 전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후세인이 정보를 내놓을 리 없다. 그는 생포 직후 신문에서 "이라크에 WMD가 있다는 것은 미국이 전쟁 명분을 위해 지어낸 허구"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어떻게 해서든 후세인과 WMD를 연결시키려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후세인의 도피 행적
후세인이 별 저항 없이 수도 바그다드를 포기하고 자취를 감춘 이유가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전쟁 발발 직전 미군을 물리칠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기 때문에 미국측의 망명제의를 단칼에 거부했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군부가 후세인을 배신한 것인지, 어차피 군사력으로 못 당할 바에야 저항세력을 통해 제2의 전쟁을 벌이자는 고도의 작전이었는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숨어 지낸 9개월 간의 행적도 관심사다. 미군은 후세인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전화나 통신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2, 3일 단위로 거처를 옮기는 것으로 추정했었다. 후세인의 행적을 밝혀내면 도피에 협조한 세력과 최측근인 이자트 이브라힘 알 두리 등의 행방까지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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