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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일본 가는 이승엽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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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일본 가는 이승엽에게

입력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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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행을 택한 이승엽(27·지바 롯데 마린즈)의 앞날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일부 야구전문가들은 "내년시즌에 홈런 30개는 물론 40개까지 가능할 것이다"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또 다른 쪽은 "일본야구가 분명 국내프로야구수준보다 한 수 위이다. 첫해에 상당히 고전할 것이다"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어느 쪽 예상이 맞을 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이승엽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2년은 일본야구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생각에서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동열의 경우를 보자. 한국 최고의 투수로 1996년 주니치 드래곤즈에 입단한 선동열은 데뷔 첫 해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일본 진출 당시 일본전문가들조차 선동열의 대성공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듬해부터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선동열도 일본야구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 정도였다. 만약 선동열도 2년만 일본에서 뛰기로 했다면 기대에 훨씬 못 미쳤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선동열은 계약기간이 명시되지 않았고, 일본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며 괄목할만한 성적을 올렸다. 최근 삼성 코치로 현장에 복귀한 선동열은 "일본 투수들은 상대 타자들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데 일가견이 있다. 단점이 노출된다면 단명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승엽의 성공가능성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또 다른 장애물은 외국인선수들에 대한 일본투수들의 견제이다. 어느 나라 리그이든 이방인에 대한 '왕따'분위기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야구종주국 미국을 제외하곤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일본선수들의 '용병 길들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단적인 예가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 오 사다하루(王貞治)의 한 시즌 최다홈런 55개를 지키기 위해 일본투수들이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들을 상대로 '집단 이지메'를 벌인 것이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올해 국내에서 56개의 홈런을 때린 이승엽이 상대팀 투수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될 게 뻔하다.

더 큰 문제는 이승엽이 시즌내내 중심타선에 포진할 수 있을 지 여부다. 롯데가 여러 차례 풀타임 4번타자 기용의사를 밝혔지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승엽이 3할에 30개이상의 홈런을 때릴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시즌초 부진할 경우 주전은 커녕 2군행도 감수해야 하는 게 프로의 생리이다. 실제로 국내프로에서 뛴 후 일본에 간 스타선수들 대다수가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얻지 못해 1,2군을 들락거리다가 주저앉았다. 이럴 경우 이승엽이 얼마나 참고 기다리며 기회를 노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국민타자'를 떠나 보내는 마당에 내년 첫해 30∼40개 홈런은 무난할 것이라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하고 싶지만 홈런 20개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쓴 소리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승엽이 순둥이처럼 생긴 모습과는 달리 강한 승부근성에 번뜩이는 재치와 파워가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그가 장점을 120% 살려 2년후 필자에게 "2년전에 쓴 칼럼이 잘못된 것 아시죠"라고 반문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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