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남 공주에서 발견된 한 고분으로 인해 학계가 떠들썩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을 근거로 삼국시대에 백제 지역에 또 하나의 거대 세력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만약 정확한 연대 측정을 거쳐 가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고대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그렇다면 유물과 유적의 연대는 어떤 방법으로 측정할까?
나이테 연대 측정법
1901년 천문학자 A. E. 더글라스가 태양의 흑점 주기를 조사하기 위해 나무 성장에 나타난 기후요소를 추적하면서 개발했다. 이 측정법은 오차가 50년이 넘는 탄소연대측정법과는 달리 연도 뿐만 아니라 벌목이 이뤄진 계절까지 알 수 있어 옛날 건축물 축조연대도 거의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충북대 산림과학부 박원규 교수는 이 측정법으로 경복궁 경회루에 사용된 소나무의 나이테를 현재 설악산 한계령 서쪽에 서식하는 소나무와 비교, 이 목재가 1864∼1866년 겨울에 벌목 됐으며 경회루 축조 연대(1867년)가 문헌에 기록된 경회루 준공연대와 일치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런 측정법이 가능한 것은 수목이 생장하면서 기후의 영향으로 사람의 지문처럼 비슷한 나이테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이 측정법은 비교적 '가까운' 과거를 측정에는 정확하지만 나무의 특성상 수천년씩 살기는 힘들어 그 이상의 과거는 측정할 수 없다는 게 결정적 단점이다.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
제2차 세계대전 중 원자폭탄을 개발하다가 이 측정법을 알아냈다. 이 측정법은 우주의 방사선이 중성자를 생성하는데 그 중성자가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 오면서 질소와 작용해 탄소동위원소 C 를 만드는 것에 착안했다.
대기권 안에서 생성된 C 는 다른 탄소 동위원소에 비해 극소량(1/1012)에 불과하다. 이 원소는 대기권 안에 들어와 다른 동위원소와 같이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따라서 모든 생물체는 호흡을 통해 계속 C 를 내뱉고 받아들이므로 대기권 속의 C 농도와 평행을 이룬다. 한편 대기권 중의 C 는 바다에도 용해되므로 해양 생물체도 C 를 흡수한다.
그런데 일단 생물체가 죽어 호흡을 멈추는 순간부터 C 의 교환이 중단되고 내부에 축적된 C 는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남아있는 C 의 농도를 측정하면 그 물체의 죽은 연대를 계산해 낼 수 있다. 만약 어떤 물체가 5,730년이 지난 후 발견된다면 처음 양의 절반이 남게 되고, 1만1,410년이 지났다면 4분의 1이 남는다. 이때 표본 안에 있던 C 의 양과 남아 있는 양의 차이를 비교·계산하면 표본이 죽은 뒤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측정법을 이용하면 3만∼7만년 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측정법의 단점은 오래된 화석 유물을 측정하는 데에는 부정확하다는 점이다. C 의 양이 반감하면서 나중에는 양이 너무 작아져 측정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칼륨-아르곤(K-Ar) 연대측정법
칼륨은 지표에 가장 많은 광물로 그 속에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K40을 극소량 포함하고 있다. 칼륨 속의 K40는 점점 줄어드는 성질이 있는데 줄어들면서 11% 정도가 불활성 가스인 Ar40으로 변하게 된다. 분광계를 사용하면 용암이 생긴뒤 누적되는 Ar40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화산 용암이 발견되는 지역의 유적지 연대를 알아낸다. 이 측정법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올두바이 골짜기처럼 몇 천만년 전 유적의 연대를 측정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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