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 나왔던 후보들이 많은 빚을 져 고민에 빠졌다. 총학생회 후보들의 빚잔치가 매년 이맘때면 되풀이되는 이유는 상당수 총학생회에서 아직 선거공영제가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 후보들은 선거자금을 학교에서 지원 받지 못하는 가운데 '돈을 많이 쓰더라도 일단 당선만 되고 보자'는 생각에서 많은 빚을 내는 것이다. 특히 선배들로부터의 자금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 선거비용 전액을 후보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비운동권 후보들 사이에서는 "돈이 없으면 학생회장에도 못 한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선거공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부 대학 총학생회의 경우에도 포스터와 공동정책자료집 제작 비용만 총학생회비로 지원하고 있을 뿐이어서 그 외 들어가는 비용은 전적으로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지난해 서울 H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신모(27)씨는 홍보물 제작과 선거운동원 유니폼, 식사 등 비용을 지급하느라 총 1,500만원의 돈이 들었다. 신씨의 뒤를 이어 올해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이모(26)씨도 2,000만원 이상의 돈을 쓴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신씨는 "당선 후 부모님께 돈을 빌려 선거 때 진 빚을 갚을 수 있었지만, 계속 빚에 쪼들리는 후보도 많다"며 "일부 학생은 돈이 없어 아예 출마를 포기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올 5월 선거에서 충남 J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김모(24)씨는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식당 등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선거자금을 모아야 했다. 김씨는 "얼마가 들었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 선거 자금을 마련하느라 진 빚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 B대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했던 C(28)씨는 선거에서도 지고, 빚만 남은 경우. C씨는 선거운동기간에 팜플렛 제작비 등으로 기획사에 진 빚 400만원을 갚기 위해 교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
C씨의 한 선거운동원은 "선거에서 이겼으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축제 등 각종 행사의 후원금에서 어느 정도를 떼내 빚 갚는데 쓸 수도 있는데 선거에서 져 대부금 상환이 막막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한총련 소속 후보로 출마해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배진우(25)씨는 선거비용 상한선을 800만원으로 정해놓은 선거관리위원회 규정 때문에 이 같은 고민을 덜 수 있었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직접 쓴 돈은 약 50만원. 총 790만원의 선거비용이 들었지만 절반 정도를 선배들이 지원해줬고, 나머지는 국장급 이상 선거운동원들이 나눠 부담했다. 배씨는 "선거라는 게 늘 과열되기 마련인데 선거비용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무리하게 지출을 늘려 결국 선거가 끝나면 빚만 남게 된다"면서 "선거풍토를 바꾸려는 학생들의 자발적 노력과 함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A대 비운동권 후보로 나섰던 한 후보는 "몇몇 학교에서는 학생복지위원회 수익기금 중 일부를 비공식적으로 지원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을 제도화해 선거공영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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