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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젠A형 독감/"벌벌 떨지도… 얕보지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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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젠A형 독감/"벌벌 떨지도… 얕보지도 마세요"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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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푸젠(福建) A형 독감이 홍콩·대만 등 아시아에도 상륙, 독감 비상령이 발령됐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독감이 10년 혹은 30년 주기로 창궐하는 '살인 독감'의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우리 보건당국은 최근 "이번 독감은 올해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파나마 A형 독감의 변형이어서 우려와 달리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느 독감과 별반 다르지 않는데 위험성이 너무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십만명에서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재앙이 초래되려면 바이러스 항원이 완전히 뒤바뀌는 '대(大)변이'(shift)여야 하는데 이번 독감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지난해 이미 유행한 '소(小)변이'(drift)로 드러났다. 전문의들은 그러나 "예년의 독감보다 훨씬 독하고 사망자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독감은 심한 감기 아니다

흔히 독감을 '심한 감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반 감기와는 전혀 다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지만 감기 바이러스는 알려진 것만 해도 100여종이 넘는다. 각각의 감기 바이러스는 다시 돌연변이를 일으켜 그 변종은 무수히 많다. 감기 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흔한 리노 바이러스의 변종만 해도 250여종이나 된다. 아무리 여러 번 감기를 앓아도 절대 면역이 되지 않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

감기와 독감의 초기 증상은 비슷하다. 콧물이 나고,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난다. 그러나 독감은 이름처럼 증상이 더 심해 열이 38∼40도까지 오르고 3∼5일 가량 지속된다. 두통과 마른 기침이 심해지고 앞머리와 눈 주변이 아프다. 머리 뒤쪽을 따라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회복된 뒤에도 근육통, 관절통 등이 있고 몸이 나른해진다.

문제는 합병증. 독감 바이러스는 인체에 들어오면 복제를 거듭하면서 숙주세포를 파괴한다. 손상된 기관은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 주로 호흡기 쪽으로 침범해 폐렴 등의 호흡기 합병증을 낳는데 드물게 뇌염이나 말초 신경염 등이 올 수도 있다.

독감은 어떤 종류가 있나

독감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하는데 크게 A, B, C형 등 세가지로 나뉜다. C형은 사람에게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며 B형은 국지적으로 발생한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독감은 주로 A형이다. A형은 다시 헤마글루틴(H)과 뉴라미니다제(N)가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이 유전자가 사람의 몸 속에서 바뀌는 '소변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현재 유행하는 푸젠 A형은 파나마 A형의 소변이로 유전자조합이 H3N2로 동일하다. 다만 최초 발생지역이 다르고 한번 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에 병의 경과 등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돼지의 몸 속에서 새의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와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가 섞여 재조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를 '대변이'라고 하는데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이므로 사람에게는 이에 대항할 항체가 없어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1918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2,000만∼5,0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갔으며, 1957년 아시아 독감, 68년 홍콩 독감, 77년 러시아 독감도 수십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독감의 이름이 계속 바뀌는 것은 같은 유형이라도 돌연변이를 일으킨 탓에 증상과 경과 등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 통상 최초 발생지역의 이름을 따른다.

지금 독감 백신 맞아도 좋아

흔히 푸젠 A형이 '살인 독감'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독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통계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3,000만∼5,000만명이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 가운데 10만명이 입원하고 2만명 이상이 폐렴, 기관지염 등으로 사망한다.

올해의 독감 백신으로는 푸젠 A형을 50% 밖에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래 모든 독감 백신은 70∼80% 밖에 예방하지 못해 이보다 예방률이 떨어진다는 의미일 뿐,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또 독감 백신을 맞으면 독감에 걸리더라도 증세가 가벼워지고 합병증이 적어진다. 따라서 지금 맞으면 늦지 않나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백신은 접종 후 2주 뒤에 항체가 생기므로 지금 맞아도 된다.

어떻게 치료할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질환이기 때문에 일반 감기나 폐렴처럼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대신 항(抗)바이러스 제제를 사용하는데, 증상 발생 뒤 48시간 이내에 투여하면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보완한 약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항바이러스제는 A형 독감 바이러스에만 효과적인데다가 불면증이나 신경과민 등을 초래하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반면 새로 개발된 치료제는 A, B형 독감 바이러스 모두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며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리렌자(성분명 자나미바르)는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해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가 작용하는 기간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시킨다. 1999년 겨울부터 유럽과 미국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는 주사가 아닌 먹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 을지대병원 호흡기내과 한민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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