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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이젠 맞춤치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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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이젠 맞춤치료 시대"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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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유전자 검사를 해 보니 5년 내 재발가능성은 30%. 유전자검사로 가장 부작용이 적은 재발 예방약을 선택한다.' 세계 여성에게 가장 많은 유방암은 치료법이 가장 앞서가는 암이기도 하다. 3∼6일 미국 샌안토니오 유방암학회는 이처럼 개개인의 암 진행을 예측하고 치료법을 선택하는 맞춤치료가현실화했음을 보여주었다. 맞춤치료는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줄이는, 환자중심 치료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뜻한다. '유방암-미래에 대한 전망'이라는 강의에서 움베르토 베로네시(이탈리아 유럽암연구소) 박사는 "유방을 잘라내고, 방사선과 항암제를 쏟아부은 과거의 치료는 테러였다"며 "1970년대 '최대한의, 참아야 하는 치료(maximum tolerated treatment)'는 2000년대 '최소한의, 효율적 치료(minimum effective treatment)'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유방절제, 고용량 항암제는 사라지고 대신 유전자검사와 약물의 조합이 대두되고 있다.

유전자로 재발 예측 수술로 암을 떼어냈더라도 전이, 재발 가능성이 높으면 방사선·항암제 치료는 필수지만 치료가 고통스러워 가려서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 판단이 의사의 경험과 주관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젠 '재발 확률'이 숫자로 계산되는 시대가 됐다.

미 국립유방암임상연구협회(NSABP)의 병리과장인 재미의학자 백순명 박사는 학회에서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유전자 모델을 발표했다. 일찍 사망한 환자와 오래 생존한 환자의 유전자를 비교하는 식으로 예후와 관련된 21개 유전자를 골라낸 뒤 가중치를 매겨 재발 가능성을 수치화한 것이다. 백 박사는 "이 모델을 668명의 환자 그룹에 적용해보니 변별력이 있었다"며 "내년 봄부터 임상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자 스스로 치료법을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해진 맞춤치료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을 양분으로 삼아 세포가 통제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분열, 성장하는 질병. 그래서 에스트로겐을 차단하는 호르몬이 치료제로 쓰이는데 환자의 3분의1 정도엔 효과가 없다. 이 의문은 에스트로겐과 무관한 암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풀렸고, 이젠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환자에게만 호르몬을 쓴다.

'맞춤'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에스트로겐뿐 아니라 프로게스테론의 반응 여부에 따라 호르몬의 치료효과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 새로 제시됐다. 호르몬뿐 아니라 성장신호의 교란에 의한 암 발병 연구도 쏟아졌다. 미 미시건대학의 맥스 위셔 박사는 결정적인 치료의 타깃은 정상 유방 줄기세포가 암 줄기세포가 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약물의 칵테일 요법 맞춤치료를 가능케 하는 무기는 역시 신약. 특히 다양한 약물의 조합이 제시됐다.

먼저 자궁내막암 등 부작용 때문에 5년으로 복용이 제한된 타목시펜의 뒤를 이을 새로운 호르몬제가 부각됐다. 토론토대학의 폴 고스 박사는 "타목시펜을 5년 복용한 그룹과 페마라를 이어서 복용한 그룹을 4년 추적조사한 결과 재발 없는 생존율이 각 87%, 93%였고 페마라 그룹의 상대적인 재발률은 43%나 낮았다"고 밝혔다. 페마라, 아리미덱스 등은 폐경 후 안드로젠이 에스트로겐으로 바뀌지 않도록 억제하는 아로마타제 차단제로 타목시펜의 부작용이 없으며, 폐경 후 여성에게만 쓸 수 있다.

항암치료에서도 표준요법에 덧붙여 탁소텔을 쓸 경우 55개월 내 재발 위험률이 28%나 낮아졌다. 성장인자 중 HER2를 공격하는 타깃 치료제인 허셉틴은 호르몬제인 파슬로덱스, 폐암 치료제인 이레사와의 칵테일이 동물·세포 수준에서 연구됐다.

/샌 안토니오(미국)=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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