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4당대표 회동에서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고 한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을 무시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최도술씨의 SK 비자금 11억원 수수가 알려지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재신임 폭탄발언으로 국민을 놀라게 하더니, 이제 자신의 '왼팔' 안희정씨가 구속될 시점에 또다시 수사 결과를 앞질러 여차하면 대통령직을 던지겠다며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노 대통령이 "불법자금에 대해 죄송하다"며 "주변문제가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반성한다"고 밝힌 심경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렇다고 "야당의 불법자금에 비해 단위 하나는 적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내기 위해 대통령직을 걸겠다는 것인가.
그의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편파시비에 휘말려 있는 수사의 공정성 시비를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 "검찰에 가이드 라인을 준 것", "수사 결과를 알고 있다는 뜻" 등의 오해가 나올 수 있다. "10분의 1이란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이며, 그에 미치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이냐"는 비난도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몰랐다는 소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불법대선자금의 진상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먼저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도 노 대통령이 수용하겠다고 한 청와대 방문조사나 서면조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속속 드러나는 안희정씨의 혐의로도 노 대통령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안씨가 "구시대의 마지막 열차의 마지막 칸이 되겠다"며 모든 걸 떠안고 가겠다는 것을 그대로 보아 넘길 수 없다. 노 대통령에게도 폭탄선언보다 야당에 요구하는 것처럼 진상규명 의지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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