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캠프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안희정씨가 검찰 출두 직전인 12일 불법 자금 수수를 시인하며 정치 현실을 탓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낸 사실이 14일 뒤늦게 알려졌다.우리당 공보실이 공개한 메일에서 안씨는 "현실 정치와 선거라는 진흙탕 싸움 속을 헤치고 나왔으니 어찌 내 바지가랑이에도 진흙이 묻어있지 않겠느냐"고 불법 행위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하며 그냥 자신만 지키면 끝나는 일이냐"고 반문, 자금 수수가 불가피했음을 주장했다. 그는 "비현실적인 정치 비용 책정으로 정치인들이 돈 있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게 만들고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유혹을 늘 갖게 해 모든 정치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놓고 있다"고 '법률과 제도 탓'도 했다. 그는 "성품 깨끗한 사람들은 모두 정치를 멀리하려 한다"며 "이호철씨는 선거만 끝나면 (정치에서) 도망가고 한때 나에게도 노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그러나 "내 바지가랑이에 묻어 있는 진흙의 많고 적음을 가지고 자위하거나 합리화 하지는 않겠다"며 "오히려 국민이 우리에게 기대했을 엄격한 도덕 기준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무겁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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