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군에 의해 바그다드가 함락된 시점을 전후해 자취를 감췄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이 14일 아침(현지시간) 생포됨으로써 유혈 테러극으로 치닫던 이라크 사태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그는 8개월간의 도피생활 끝에 이날 고향이자 저항세력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북부 티크리트 외곽 농가참호에서 저항 없이 미군에 체포돼 바그다드로 압송됐다.그는 곧 전범재판에 회부돼 그의 24년간 철권통치 중에 있었던 각종 범죄행위에 대해 소추를 받게 될 것이다. 또 그가 체포됨으로써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민병대가 구심점을 잃게 돼 그들의 게릴라 활동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반면에 이라크 재건운동은 크게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철권 강압통치가 얼마나 무자비했는가는 그의 체포소식이 전해지자 바그다드시가가 환호분위기로 바뀐 데서도 짐작이 된다. 특히 그의 체포는 이라크 치안의 불안정을 이유로 파병을 꺼리고 있는 많은 국가들에게 채근 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도 어제 노무현 대통령 주재의 4당 대표회동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돼 조만간 전투병을 포함한 파병이 실현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후세인의 체포는 곤경에 처한 부시 미 행정부에겐 고무적 요소임에 틀림없으나 도덕적 기반을 훼손당할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 개전 이유를 후세인이 개발 은닉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에 두었다. 그러나 미군은 아직까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후세인이 잡히면 어떤 해답이 나올 것으로 미뤄왔으나 미국의 이런 기대에 부응할 만한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후세인의 체포로 유혈 테러극은 일단 잦아들지 모른다. 하지만 사태의 오판으로 또 다른 저항을 불러오는 악순환만큼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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