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우리당이 실패할 10가지 이유'라는 나의 글이 작은 논란을 빚었다. 노무현 정권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나의 선의는 실종된 채 전혀 엉뚱한 오해를 낳고 있는 것 같아 이 지면을 통해 답을 드리고자 한다.열린우리당은 사실상의 여당이다. 여당의 성패 여부는 일개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국민 누구나 열린우리당의 미래에 대해 물을 권리가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두 가지만 물어보자.
첫째, 열린우리당의 목표가 무엇인가? 내년 4·15 총선에서 제1당이 되는 건가? 아니면 의석 수에 전혀 개의치 않고 '정치 혁명'의 모범을 보일 깨끗한 전국정당이 되는 건가? 열린우리당 사람들마다 각자 답이 다르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보여주고 있는 혼란상은 바로 그런 목표의 불투명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기 위해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면, '추악한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비난을 어떻게 모면할 것인가? 반면 열린우리당이 오직 '정치 혁명'의 모범만 보이겠다면, 총선 후 국정운영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노 대통령은 거대 야당 때문에 아무 일도 못 하겠다며 결국엔 '재신임' 카드까지 빼어 들지 않았던가.
열린우리당 다수파의 목표는 제1당이 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열린우리당이 내심 기대를 거는 건 한나라당 해체와 민주당 소멸이다. '한나라당 해체'는 당보와 성명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고, '민주당 소멸'은 민주당을 끊임없이 '반(反)개혁, 친(親)부패, 지역주의 기생정당'으로 매도하는 걸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방안 모두 열린우리당의 성공을 보장하진 못한다. 대선자금 수사 확대로 한나라당이 해체되는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표를 흡수할 보수 정당이 새로 생겨날 것이고, 열린우리당은 노정권 지지도를 크게 상회하는 표를 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의 경우 '소멸'이 아닌 '쇠약'은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겨줄 만큼의 생명력은 갖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카오스 이론'을 내세울 것이다. 그래서 '도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던지고자 하는 두 번째 질문은, 바로 이 도박이 실패했을 경우에 어떻게 책임지겠느냐는 것이다. 갑신정변의 주역들처럼 민중의 무지몰각에 그 책임을 돌릴 것인가?
최근 부동산 문제를 잘 다루고 있듯이, 여권은 민생의 절박한 문제에 전념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점수를 땄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9개월간 내내 그 일을 '정치 투쟁'으로 대체하느라 점수를 크게 잃었다.
열린우리당은 80년대식 운동관의 산물이다. 그 때엔 실패해도 좋았다. 옳은 일을 하려다 희생당한 것이니 예찬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아닌가. 열정 하나로 큰 일 저질러놓고 그냥 '안되면 말고'인가.
그런 무책임성은 이 정권을 떠나 향후 개혁정권의 탄생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가공할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았는가. 도박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도박의 의도가 좋다거나 도박이 성공했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반박하는 건 온당한 답이 아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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