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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가족애 잃어가는 "슬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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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가족애 잃어가는 "슬픈한국"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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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한 한국의 후배에게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그녀는 결혼한 지 몇 년 만에 이혼하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20대 후반인 그녀는 결혼 전에는 귀엽고 사교성이 많았는데 편지에는 슬픔과 생활에 대한 고민들만 가득했다. 정말 예전의 그 귀엽던 아가씨가 쓴 글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그녀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가 침울해져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전남편이 주는 15만원으로는 양육비가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을 애써 감정을 절제해가며 썼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이혼율이 2위에 달하는 등 근래 들어 이혼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강한 가족애와 가정의 가치를 강조한 유교 문화의 전통적 사회질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의 증가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처음 한국에 와서 놀란 점 중 하나는 터키 대학에서 배운 한국과 실제 한국사회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한국인 선생님들이 보여준 책 속 사진들에는 한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사람들이 윷놀이와 널뛰기를 하고 있었지만, 실제 서울 거리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야 한복은 명절 때만 입고 추석이나 설에도 사람들은 윷놀이보다는 화투를 더 많이 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대학에서 배웠던 것 중에 김치, 불고기, 태권도와 함께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은 칠판에 한자를 써가며 '동방예의지국'의 의미를 설명하려 애쓰셨다.

아마도 그는 그것이 한국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문화적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수출하는 세계적 무역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월드컵과 북한 핵 문제로 더 유명한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보다는 힘있게 성장하는 한국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것이 국가 이미지를 위해서 더 좋을 수도 있다.

내가 그녀의 메일을 읽고 안타까웠던 것은 단지 좋아하는 한국의 후배가 겪는 이혼의 고통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책에서 읽었던 소중한 것들이 너무 쉽게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복을 입고 윷놀이를 하지 않아도 좋지만 따뜻한 가족애를 잃어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술탄 훼라 아크프나르/터키인·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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