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처리하기 위해 제살 깎기식 과다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규분양시장 분위기가 얼어붙다 보니 건설사들이 모델하우스 방문객에게 식기 세트를 한아름씩 안겨주는 '고전' 마케팅은 아예 설 자리를 잃었다. 대신 약정 프리미엄이 실현되지 않으면 전액 현금으로 보상하는 '프리미엄 보증서'나 자동차와 같은 초고가 경품을 내걸고 실수요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자를 잡기 위한 업계의 이 같은 과다출혈 경쟁은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예상 프리미엄 안 붙으면 현금 보상
일부 건설사들이 요즘 시행하고 있는 '프리미엄 보장제'는 입주 전후로 해당 아파트에 일정액의 프리미엄이 붙지 않으면 건설사가 미리 약정한 액수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파격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대아건설은 지난달 25일 대전 지족동에서 분양한 '대아 아이투빌 캐슬'의 미분양 물량 50여가구를 처분하기 위해 보증서(사진)까지 써주며 '프리미엄 2,000만원 보장'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 아파트를 청약한 사람들은 잔금 완납일까지 자신의 아파트에 프리미엄이 2,000만원 이상 형성되지 않으면 건설사로부터 2,000만원을 받게 됐다.
25일 공식 분양 때 이 아파트를 청약한 실수요자들도 같은 혜택을 챙길 수 있다. 대아건설은 인기가 없는 향이나 층의 아파트에도 똑같이 프리미엄 2,000만원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다소간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대아건설 김항균 이사는 "골프연습장, 헬스클럽 등 입주자만을 위한 시설을 대전 최초로 설치하고, 최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아파트인데도 시장이 너무 위축돼 소비자들이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며 "계약금도 분양가의 5%도 못 미치는 1,0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동양고속건설도 지난달 17일 분양한 서울 서초구의 '방배 파스텔' 82가구 중 미분양분 10여가구를 처분하기 위해 프리미엄 7,000만원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입주일(2006년 9월 예정)부터 한달 이내에 프리미엄이 7,000만원 이상 안 붙으면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일종의 '출혈 마케팅'이다.
동양고속건설 역시 향이나 층에 상관없이 프리미엄 7,000만원을 보장해줄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각오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보장 외에 강남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중도금도 60%까지 대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경품은 기본
진흥기업은 분양중인 광주 금호동 '진흥 더블파크'(46, 56평형 298가구) 분양에 앞서 모델하우스에서 청약자와 계약자들을 상대로 시가 2억원이 넘는 46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은 중대형 승용차 4대와 고급 가전제품을 제공하는 고가경품 행사를 가졌다. 한라건설도 최근 분양에서 자동차 1대와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 고가 가전제품을 경품으로 줬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프리미엄 보장이나 고가 경품 행사 등이 시도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비용은 분양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결국 수요자들의 부담으로 떠넘겨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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