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보기술(IT) 산업과 비IT 산업, 소비의 양극화 등 이른바 '5대 양극화'가 한국 경제의 덫으로 등장하고 있다.우리 경제가 지금처럼 일부 대기업의 IT 품목 수출에만 의존할 경우 갈수록 대외여건에 취약해지고 고용과 소비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절름발이 성장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제만 양극화 덫에 갇혀 신음
1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등 선진국과 장기 불황에서 허덕이던 일본경제도 살아나는 등 세계 경제의 회복세는 뚜렷하지만, 한국 경제는 올 3·4분기 실질성장률이 2.3%에 그칠 만큼 여전히 불황의 터널 속에 있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양극화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성장으로 연결돼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해보다 18% 증가한 1,920억 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반면, 내수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도·소매업은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IT와 비IT 산업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등록 중소기업(근로자 300인 이하) 가운데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업체 비중이 38.6%에 달했다. 이는 상장·등록 대기업의 21.4%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중소기업 10개 중 4개가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각각 7.7%와 2.9%로, 1,000원 어치 상품을 팔아 대기업은 77원을 남긴 반면, 중소기업은 29원에 그쳤다.
반도체 휴대폰 등을 생산하는 IT 기업은 제품이 없어서 못 팔고 있지만, 비IT 업계는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로 전기전자 업종의 올 3분기 순이익은 전분기보다 243.16%나 급증했지만, 유통업 건설업 등은 순익이 각각 11.33%, 15.28% 줄었다. 내수 침체 속에서도 소득 불균형으로 '가진 자'들의 씀씀이는 오히려 커지는 등 경제 주체간 소비편차도 벌어지고 있다.
양극화 구조화하면 성장동력 꺼진다
전문가들은 경기순환 과정에서 양극화 현상은 언제나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전통 서비스업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고용 유발효과가 떨어지는 일부 장치산업의 편향 성장으로 인해 수출이 늘어도 고용과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현상이 구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IMF 프로그램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결국 구조조정의 칼 바람 속에서 기업이나 개인 모두 강자만 살아 남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꺼질 뿐 아니라 체제 불안요소가 될 수도 있다"며 "양극화 현상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성장과 분배를 함께 고려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우리 경제의 양극화는 주력산업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다시 정보기술(IT)산업으로 바뀌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해답은 내수의 핵인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대체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ㅊㅊ@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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