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월러의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그 후속편을 무대에 옮긴 연극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이 16일부터 내년 2월1일까지 산울림 소극장(02―334―5915)에서 공연된다.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은 미국 외진 시골인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의 평범한 중년 주부 프란체스카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기자를 모델로 한 킨 케이드와 나눈 사흘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져 수많은 중년 팬들을 울렸다.그러나 이번 공연은 별로 새로울 게 없다. 올 2월부터 4월까지 공연됐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연극 배우 손숙(59)씨가 출연하는 것도, 산울림 대표 임영웅(70)씨가 맡은 것도 똑같다. 그러나 한 해에 같은 작품을 두 번 무대에 올리는 것은 연극계에서 흔치 않은 사건이다.
"각박해진 요즘 세상에서 중년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룬 가슴 따뜻한 연극을 연말연시에 꼭 해보고 싶었어요." 손숙씨는 재공연에 나선 까닭을 그렇게 설명했다. 손씨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출가 임씨가 거들고 나섰다. "지난번 공연이 끝났을 때 연기하는 저희나 보신 관객들이나 아쉬움이 많았어요." 관객이 몰려들었지만 제한된 일정 때문에 공연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 모두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 손숙씨가 나보고 연극으로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죠." 임영웅씨는 그 뒤 직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있는 아이오와주에 다녀온 뒤 작품 구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극단 사람과사람이 1996년에 먼저 윤소정, 이호재씨를 세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공연하는 바람에 계획은 무산됐다.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이 흐르고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속편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이 발표되면서 다시 계획이 추진됐다. 프란체스카 역은 당연히 손숙이었다.
"처음 봤을 때 참 유망한 신인 여배우가 나타났다고 생각했죠." 임씨는 70년 극단 산울림을 창단할 때부터 손숙을 눈여겨봤다. 그는 신인이었던 손씨를 직접 창단 단원에 포함시켰다. 그 해 손씨를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의 주인공으로 발탁했던 것도 그였다. 산울림 창단 멤버에는 김용림, 사미자, 윤소정, 윤여정, 최선자씨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땐 어렸지만 한국 연극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연기자였죠. 75년 홍당무라는 작품을 같이 했는데 손씨는 소년 역할을 맡아 머리를 상고머리로 자르기까지 하면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게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자신을 '임영웅 패밀리'의 가장 모범적인 배우라고 하는 임씨의 말에 손씨는 "호랑이 같은 선생님께 용케 야단 한번 맞지 않았다"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에서처럼 사랑은 나이 들어서도 유효한 것일까?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무슨 전설처럼 말하는데, 몸 건강하고 할 일이 있다면 나이와 사랑은 별개 문제죠."(임영웅) "여전히 사랑은 가슴 떨리는 그 무엇이에요."(손숙) 30년 넘게 연출자와 연기자로 만나온 두 사람은 그렇게 '사랑'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의견이 일치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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