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는 12일 현대로부터 150억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와 대북송금 과정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구속기소된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징역 12년에, 추징금 147억5,000여만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CD 150억원어치를 만기 전에 현금화했을 때 적용되는 할인율을 감안, 150억원에서 할인금액을 뺀 액수를 추징금으로 선고했다.재판부는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으나, 다른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던 점을 감안할 때 이날 선고 형량은 대부분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A3면
재판부는 "돈을 마련한 현대 실무자들의 진술과 정황증거 등이 모두 일치하고, '박씨에게 돈을 줬다'는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박씨에게 돈을 받아 관리해왔다'는 김영완(金榮浣·해외체류)씨의 진술에 모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권의 최고 실세이자 현대 대북사업과 카지노 사업 허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에게 돈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CD를 주게 했다"며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려 한 것 등으로 볼 때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150억원 수수 외 대북송금 등은 개인의 이익 없이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한 점, 피고인의 역할과 사회에 기여한 정도 등을 모두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씨 변호인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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