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을 안희정 열린우리당 충남도당창준위 공동위원장에게 건넸다고 진술함에 따라 대선 당시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금의 전달경로만을 놓고 보면 당시 노무현 후보 진영에서 안씨가 자금관리 역할을 했을 개연성이 높다.이른바 '노 캠프'에서 이들이 공식적으로 맡아온 업무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도 이 같은 분석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안씨는 노 캠프의 전신에 해당하는 자치경영연구원 시절부터 운영자금 확보와 조직관리 등 살림살이를 맡았고 대선 선대위 때에도 정무팀에서 총무·관리 역할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씨는 노 대통령이 손을 댔던 생수회사 장수천이 위기에 빠지자 직접 경영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에 비해 '아이디어 맨'으로 통하는 이 전 실장은 주로 기획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선대위에서도 기획팀에 있으면서 광고·홍보 제작, 노 후보 이미지관리 등을 주도한 것으로 돼 있다. 때문에 386측근의 양대 축인 이들에게는 "우(右)광재가 일을 벌려놓고 다니면 좌(左)희정이 뒷수습을 하느라 바쁘다"는 얘기가 따라다녔었다.
그러나 대선 때 '목돈'이 생기면 안씨를 경유해 집행·배분하는 관계가 유지됐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특히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가 달랐을 것이기 때문에 자치경영연구원 시절의 '공동체' 방식이 계속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대선 때에는 도처에 자금 수요가 있어 돈세탁의 목적이 아니라면 경유가 비현실적인 측면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노 캠프가 어려웠던 시절, 측근들이 대부분 운영자금 확보에 관여했기 때문에 도식적 역할분담은 부적절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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