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12일 법원이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반전을 위해 '히든카드'로 내놓은 현대엘리베이터 국민주 공모를 일단 무산시키며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한때 현 회장쪽으로 완전히 돌아선 듯했던 경영권 향배가 또 다시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금감원 제재여부에 달려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현 회장측이 추진하던 1,000만주 유상증자안이 일단 무산됐다. 이로써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방어를 확고히 하려던 현 회장의 복안은 현 상황에선 실패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증자가 안될 경우 현 회장측 우호지분은 현재의 26.16%에 그친다. 반면 KCC측 우호지분은 최근 권한행사가 보류된 자사주 매입 지분 1.42%를 제외하더라도 29.82%로 표면상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측이 사모펀드(12.82%)와 뮤추얼펀드(7.81%)를 통해 매집한 20.63%의 경우 '5% 룰' 위반으로 제재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경우 현 회장측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예상대로 KCC지분 20.63%에 대해 내년 초 장외에서 제3자(특수관계인 등 우호세력 배제)에게 매각하라는 처분명령을 내릴 경우 KCC측 지분은 9.19%로 축소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6개월간 의결권 제한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적어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는 KCC측이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향후 경영권 향배는 안개 속으로
하지만 앞으로도 돌발 변수가 적지 않아 경영권 향배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이번에 판정패한 현 회장측이 절차상의 문제점을 보완해 유상증자를 재추진할 듯을 비치고 있다. 현 회장은 이날 '가처분신청 인용에 대하여'란 발표문을 통해 "현대그룹의 국민기업화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진, 더욱 투명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유상증자를 재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KCC측은 가처분 신청의 승리를 토대로 신주발행금지 본안 소송을 추진, 유상증자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동시에 이번 결정을 명분으로 지분 20.63%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결정을 처분명령이 아닌 의결권 제한으로 최소화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KCC측은 6개월 뒤 대주주에 복귀할 수 있다. KCC 관계자는 "이번 법원 결정을 근거로 전문가들과 면밀한 검토를 거친 뒤 현대측이 금감원에 요청한 사모펀드 주식처분 명령과 의결권 제한 등 향후 예상되는 정부의 의사결정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중립을 고수하고 있는 '범(汎)현대가'의 행보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명예회장측은 범현대가 지분 15.30%를 우호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 회장측은 이들 지분중 자사주 매입분 6.23%에 대해 반환소송이라는 '히든카드'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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