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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간 동물원, 살아 있는 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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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간 동물원, 살아 있는 야생

입력
2003.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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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문명을 건설함으로써 동물의 한계를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동물이다. 동물행동학자 신디 엥겔, 데즈먼드 모리스는 이 자명한 사실을 환기시킨다. 엥겔의 '살아있는 야생'은 질병과 싸우는인간을 향해 야생 동물의 생존전략에서 배우라고 충고한다. 모리스의 '인간동물원'은 현대인의 운명을 도시라는 우리에 갇힌 동물에 비유한다. 동물행동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이 두 개의 시선을 나란히 소개한다.

■인간 동물원/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김석희 옮김 물병자리 발행·1만2,000원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인간을 '털없는 원숭이'라고 불렀다. 1967년 작 '털 없는 원숭이'에서 그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결국 동물 종의 하나임을 환기시키며 동물학적 인간론을 펼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간 동물원'(원서 초판 1967년)은 도시로 간 털 없는 원숭이 이야기다. 인구 밀집 지역인 도시를 인간이라는 동물이 우글거리는 동물원에 비유하고 있다. 야생 동물이 갑자기 좁은 우리에 갇히면 스트레스를 받아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게 도시 속 현대인의 양태와 비슷하다는 데 착안해 쓴 책이라고 한다. 원서의 1996년 개정판을 옮겼다.

저자는 100만 년 이상 야생의 광활한 벌판을 누비던 원시 부족 사냥꾼이 불과 수천 년 만에 도시 문명을 건설해 세련된 시민으로 탈바꿈한 데 따른 부작용, 즉 생물학적 본능과 문명의 긴장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은 급격한 변화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유전자 즉 생물학적 특성은 지금도 2만 년 전 원시인과 다르지 않으며, 그로 인한 갈등이 현대 도시인의 광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거대 도시의 과밀 공간에서 털 없는 원숭이들은 개인이 사라진 익명의 섬으로 존재하는 외로움과 치열한 경쟁의 압박에 이중으로 시달린다. 비좁은 공간에서 저마다의 영토를 차지하고 사회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투쟁에서 밀려난 자들은 학대, 자해, 살육 등으로 좌절감과 분노를 터뜨린다.

이 책은 현대 도시인에 대한 동물행동학적 관찰이다. 저자는 도시라는 인간 동물원에서 털 없는 원숭이들이 벌이는 무한 경쟁의 아찔한 속도와 화려한 유혹을 치밀하게 보여준다. 이 거대한 생존 게임을 그는 '매우 위험한, 그러나 일찍이 벌어진 적이 없는 흥미진진한 경기'에 비유한다. '상금은 계속 올라가고, 경기는 갈수록 위험해지고, 부상자는 놀랄 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무조건 도시 탈출을 외치는 건 아니다. 온갖 위험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신선한 자극과 활력이 꿈틀대는 공간임을 강조한 후 다만 도시가 좀 더 살만한 곳이 되도록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안 그러면 '감옥폭동'이 일어나 문명의 파멸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경고야말로 이 책이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저자는 그런 재앙을 막을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진 않는다. 도시가 거대한 정신병동으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문명의 멋진 성과로 남을 것이냐는 인간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할 뿐이다. 생물학적 결정론에 빠지지 않는, 열린 결론을 통해 그는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살아 있는 야생/ 신디 엥겔 지음·최장욱 옮김 양문 발행·1만1,000원

'동물원에 사는 고릴라의 약 절반 정도는 심장 질환으로 죽으며 역시 많은 수가 불임이나 섭식 장애를 겪는다. 코끼리는 관절염을 앓으며 흔히 짝짓기 의욕을 상실한다. 기린도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발굽이 필요 이상으로 자란다. 양털원숭이는 부적절한 식단 때문에 신장 질환이나 간 질환을 앓으며, 큰박쥐과의 박쥐는 비타민 E 부족으로 심장 발작을 일으켜 죽는다. 육식동물과 많은 영장류들은 비만과 만성 설사, 잇몸 질환, 비뇨기 질환으로 고생한다. 파충류는 칼슘과 인이 부족해서 구루병과 골다공증에 많이 걸린다.'

영국의 동물학자인 엥겔이 묘사한 동물원 풍경에서 주어를 '사람'으로 바꿔보자.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비만, 심장·간 질환, 관절염, 골다공증, 비뇨기 질환, 심지어 짝짓기 의욕 상실까지.

이 책은 먹이 사냥으로 고달픈 데다 갖은 질병에 노출돼 오로지 생존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야생 동물의 자연 생존 전략을 다루고 있다. 적자생존을 통해 유전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또는 경험을 통해 체득한 야생 동물의 살아 남기 전략은 언뜻 본능적이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그 속에 진정한 건강의 비밀이 담겨 있다.

거친 야생에서 살아 남기란 엄밀히 말하자면 고달픔의 연속이다. 사막에 사는 거북은 필요한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 느린 걸음으로 수십㎞를 여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육식 동물들은 깨어 활동하는 시간의 거의 절반을 먹이 사냥에 투자한다.

하지만 야생 동물은 자연스럽게 체득한 방법으로 천연 의약품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자연에서 영양을 보충하는 것은 물론 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전략을 아주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 유독 물질에 대처하기 위해 흙이나 숯 등을 먹고, 방향성이 강한 식물이나 그 식물의 즙, 또는 독성 강한 곤충을 몸에 문질러 기생충을 제거하고,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알코올이나 향정신성 물질을 섭취한다. 교미 후 생식기나, 출산 후 태아를 핥는 행위는 침을 이용해 감염을 막는 중요한 수단이다.

저자는 야생동물의 이런 전략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신체의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한 데서 출발했다고 해석한다. 인간의 관리와 지배 아래 있는 애완동물이나 가축은 이런 자연적 자기 관리 기능을 빼앗겼다. 중요한 점은 인간 역시 이런 애완동물의 상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수렵 채취 생활에 적합하도록 진화했으며 아직까지 농경생활, 더욱이 산업화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기에는 진화가 덜 된 상태이다. 최소한 10만 세대의 인류가 수렵 채취 생활을 한 반면 마지막 500세대만이 농업에 의존했다.

또 10세대만이 산업화 시대에 살았고 마지막 2세대만이 인스턴트식품을 먹었다.' 인공의 환경이 아니라 기나긴 세월 동안 신체가 적응해 온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게 저자의 메시지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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