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등 유로화를 사용하는 12개국을 의미하는 유로존 경제가 최근 전세계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분위기가 역력한데다가 달러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며 미국 자산 대신 유로존 경제에 투자하는 'Sell U.S.A, Buy EU.'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내년 5월 추가로 10개국이 EU 회원국에 가입하면 유로존은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가 될 전망이다. 유로존 경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짚어본다.긴잠에서 깨어나는 유로존
지난해 4·4분기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각각 전기 대비 0.1%를 기록한 뒤 2분기에도 0%에 그쳐 장기 침체 우려를 낳았던 유로존 12개국의 경제성장률은 3분기 0.4%를 기록하며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특히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독일의 3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2% 성장, 직전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극적으로 벗어났다. 프랑스도 5분기 만에 최대 폭인 0.4% 성장률을 기록했고 최근 3분기 연속 마이너스에서 맴돌았던 네덜란드 역시 0.1% 성장률을 보여줬다. 또 이탈리아도 0.5% 상승하며 예상치를 크게 초과했다.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
유로존 경제의 회복은 미국에 비해 더딘 수준이나 지속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미국이 GDP의 5%(5,3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와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 재정적자(2003 회계연도 3,742억 달러, 2004 회계연도 5,000억 달러 예상) 등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유로존 경제는 경상 수지가 흑자이고 GDP대비 재정적자도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또 미국 소비자들이 소득의 3%만을 저축하고 소비자 부채가 GDP의 85%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유로존 가계는 소득의 10% 이상을 저축하고 부채도 GDP의 25%에 그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유로존 내수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미국보다 훨씬 오래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유로화 가치 오르며 자금유입
최근 유로화는 미국 달러화의 급락에 따라 사상 최고인 유로당 1.21달러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서만 16%나 절상된 것. 이처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의 기준 금리가 45년 만에 가장 낮은 1%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유로존 기존 금리는 2%, 영국 금리는 3.75%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미 달러화를 팔고 유로화에 투자하는 'Sell U.S.A, Buy EU'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뉴욕 연방은행이 집계한 포트폴리오 유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미 주식과 채권에서 총 23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된 반면 유럽 증시와 채권에는 8억200만 유로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5월1일자로 12개국 추가 가입
그러나 2004년이 가까워지면서 유로존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내년 5월1일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이 25개국으로 늘어난다는 데에 있다. 이 경우 인구 4억5,000만명에 국내총생산(GDP) 8조 달러, 교역액 5조 달러의 세계최대 경제공동체가 탄생하게 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EU 확대에 대비, 이들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동유럽 국가의 싼 임금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무관세 혜택을 받으며 다른 EU 회원국에 팔기 위해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도 중요한 시장이지만 유로존의 경기회복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때"라며 "특히 내년 5월 EU가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로 출범하는 데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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