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27)이 결국 미 메이저리그 진출의 교두보로 일본을 택했다. 이승엽의 1차 정착지는 일본 프로야구의 지바 롯데 마린스. 그러나 이승엽의 일본행은 피를 말리는 번민과 고심, 눈물의 결과였다.이승엽은 11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9년전 프로에 뛰어들 때의 첫 마음으로 일본 야구에 도전하겠다"면서 "국내무대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는데다 2년 뒤 빅리그의 꿈에 재도전하기 위해 일본행을 결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승엽은 이날 눈물을 흘리며 "삼성에 남더라도 일본프로야구 진출과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겠지만 같은 값이라도 새로운 곳에서 내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고 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관련기사 B14면
이승엽은 '몸값'과 관련, "2년간 계약금 1억엔, 연봉 2억엔을 받기로 했으며 나머지는 에이전트가 자세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계약금과 연봉외에 타점과 타율 등이 일정수준 이상을 달성하면 주어지는 성과급조의 8,000만엔(연간) 등 총 6억6,000만엔(약72억6,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한시즌 아시아 최다홈런 기록인 56호를 칠 경우 1억엔의 추가 보너스도 지급된다. 이승엽은 그러나 실제로는 계약금 2억엔, 2년치 연봉 6억엔, 인센티브 3억엔, 아시아홈런신기록(56호) 보너스 1억엔 등 최대 12억엔(약131억원)을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롯데측은 약속대로 2년 뒤 바비 발렌타인 감독이 직접 나서 이승엽의 메이저리그행을 적극 지원하고 고급 맨션과 승용차, 통역 등도 제공한다.
이승엽은 이날 예정보다 20분이나 늦게 회견장에 나타나고 기자회견 직전 부친 이춘광씨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 최종 순간까지도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의 꿈을 완전히 저버렸다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출신인 바비 발렌타인 롯데 감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대해 배울 수 있고 2년뒤 다시 빅리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승엽의 국내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J's엔터테인먼트 김동준 대표는 "구체적인 계약사항은 16일 일본에서 열릴 공식 입단식 때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이승엽 일문일답
"여기 도착하기 5분전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할 만큼 힘든 선택이었습니다."
'국민타자' 이승엽(27)은 최종결정을 내리기까지 무척 괴로웠던 듯 많이 수척해진 모습으로 예정보다 20분 가량 늦은 11일 오전 11시20분 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호텔 엘리베이터를 탈 때야 비로소 팬들한테 일본행을 공식 선언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이승엽은 "그동안 삼성이 친아들처럼 보살펴준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아 회견이 약 5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행을 망설인 가장 큰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아버지 나이도 있고 어머니 건강도 안좋은 상황에서 국내에 남는다면 가끔이라도 찾아뵐 수 있기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행을 접고 대신 일본행을 택한 배경은.
"2년간 뛰면 아무 조건없이 원하는대로 보내주겠다는데 마음이 끌렸다. 미국행 포기는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밝히기 곤란하다."
―롯데를 선택한 이유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같은데로 가면 주전 자리를 쉽게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롯데로 가면 뛸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행을 최종 확정한 시점은.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결정했다. 그동안 계속 고민하다 바로 5분전에 마음을 굳혔다."
―2년 후는 메이저리그 재도전할 생각인지.
"다시 도전할 것이다. 다만 올해 같은 조건을 또 제시 받는다면 그때는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스스로 생각하는 일본 무대에서의 성공 기준은.
"지금 생각으로는 타율 2할9푼에다 30홈런이면 첫 시즌치고는 만족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회견장 이모저모
○…이승엽(27)의 일본행 결정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삼성과의 재계약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막판 극적으로 뒤집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엽은 10일 밤 9시15분께 일본내 에이전트인 김기주씨가 롯데측과 입단합의를 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직후에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날 이승엽의 회견장에는 '국민타자 이승엽선수 기자회견―진로결정'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내걸려 이승엽이 기자회견 직전까지 고심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이승엽은 "삼성에 있더라도 이 정도 대우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값이라면 새로운 곳에서 내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다"고 밝혀 삼성측이 지난 9일 이승엽측에 최대 140억원 풀베팅설을 뒷받침했다.
○…당초 기자회견 예정시간이 10분이나 지난 오전 11시10분, 이승엽측은 내외신 기자들에게 '10분만 더 기다려달라'고 주문했고 이승엽은 11시20분께 회견장에 들어섰다. 이승엽은 "10분전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웃긴 얘기지만 5분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준비된 회견문을 울먹이는 목소리로 읽었고 중간중간 10여 차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엽은 "삼성이 9년 동안 친아들처럼 대해주신 점..."이라는 대목을 읽다 눈물을 터뜨리며 자리를 떠나 벽앞에 주저앉은채 5분여간 눈물을 쏟아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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