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2.9%로 추정돼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과 2차 오일쇼크로 경제가 침체됐던 1980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제외하면 40여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한은은 11일 발표한 '2004년 경제전망'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2.9%, 내년 5.2%로 각각 전망했다. 한은은 당초 올해 성장률을 5.7%로 예상했다가 4월 4.1%, 7월엔 3.1%로 각각 수정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120억달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추정됐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엔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설비투자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4.8%로 성장률이 개선되고, 하반기엔 5.6%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민간소비는 연간 3.2%, 설비투자는 6.5%, 건설투자는 3.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보다 적은 60억달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보다 낮은 2.9%로 예상했다. 한편 한은은 12월의 콜금리 운용 목표를 현재의 연 3.75%에서 동결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금융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5.8%와 5.5%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LG경제연구원(5.1%), KDI(4.8%), 삼성경제연구소(4.3%), 한국경제연구원(4.8%) 등에 비해서는 높다. 그러나 이 같은 5%대 성장 전망은 대부분 대외여건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 덕분이어서 국민들의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내수가 살아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내년 민간소비가 올해의 감소세에서는 벗어나겠지만 가계 부채 및 신용불량자 문제로 인해 3.2%의 미약한 회복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상반기는 2.3% 증가에 그쳐 소비침체가 하반기에나 다소 회복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3∼4%선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꽁꽁 얼어붙은 체감경기를 반영했다. 박 승 총재는 "내년 우리 경제의 최대 문제는 노동불안, 정치비효율, 집단이기주의 등 고비용 압력"이라며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지않으면 세계 경제 회복대열에서 계속 '열등생'으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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