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경기여고 부지인 덕수궁 터의 보존 여부에 대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미 대사관 신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정부는 3일 고 건 총리가 주재한 관계 장관 회의에서 1986년 미 대사관과 서울시간의 재산교환과 90년 경기여고 부지에 15층 건물의 신축을 허용한 한미간 양해각서, 그리고 한미 관계를 고려해 청사 신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되 문화유적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문화관광부, 서울시 등은 한미 관계 외에도 대체 부지 마련에 문제가 있고 이미 정동 일대에 다른 나라 대사관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미 대사관 이전 신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화계와 시민단체는 장소의 특수성을 들어 적극 반대하고 있다. 옛 경기여고 부지는 문화재보호재단과 중앙문화재연구원의 지표조사 결과 선원전, 흥복전·흥덕전 등이 있던 궁궐 내 신성 구역임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은 덕수궁 터인 경기여고 자리를 미국에 내준 것은 우리 정부의 실수라고 지적하면서, 대체부지를 제공하고 덕수궁 터 복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문화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일보 사이트(www.hankooki.com)는 8일 '미 대사관의 덕수궁터 이전·신축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1일 오후 7시 현재 1,095명이 참가한 결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87.3%(956명)로 이론의 여지 없는 우위를 보였다. "그 자리가 덕수궁 인근인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국과 계약한 서울시의 잘못이 더 크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른 곳을 물색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자세일 것이다. 미국은 마땅히 한국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만약 링컨의 생가로 밝혀진 곳에 주미 한국대사관을 짓겠다고 한다면 미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mamuri), "오호, 통재라! 나라의 혼이 어떤 건지도 모르는 미국 강대국의 횡포나 그곳이 어떤 역사의 땅인지도 검토 없이 양해각서를 체결해준 서울시 공무원이나 다 똑같이 역사도 민족혼도 모르는 야수 같은 존재들이구나! 마치 일본인들이 이 나라를 강점할 때와 같은 혼란을 보는 것 같구나!" (db2003) 등의 글이 네티즌의 반대 의견을 대변한다.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12.0%(131명), '유보한다'는 의견은 0.7%(8명)에 불과했다. 만일 정부가 덕수궁 터에 미 대사관 이전·신축을 허용한다면, 반대 여론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판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