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선고 공판을 하루 앞둔 11일, 박씨 변호인측이 "박씨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는 사진 한 장이 공개되자 검찰이 즉시 "거짓 알리바이 흘리기"라며 이를 뒤집는 증거를 제시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박씨 변호인측은 그동안 "관련자 진술 등을 볼 때 박씨가 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은 2000년 4월14일 밤 9시30분뿐"이라며 "박씨는 그 시간에 '이해랑 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연극을 봤고, 연극이 끝난 뒤 연극단원 등과 함께 찍은 사진까지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이날 한 인터넷 매체가 이 주장을 근거로 "선고유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문제의 사진을 공개하자 검찰은 이날 박씨와 함께 연극을 관람한 문화관광부 전 문화예술과장을 급히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그 과장은 '박씨가 4월14일에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 연극 관람을 취소토록 지시해 오후 6시 시상식에만 참석한 뒤 자리를 떴고, 연극 관람은 4월30일에 했다. 사진도 그때 찍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히고,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사진에 동행한 이 과장의 모습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장관 일정을 담은 문화부 내부문서에도 연극관람 일시가 4월30일로 명시된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 소동은 일단 검찰의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박씨가 150억원을 받았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선고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씨에게 150억원을 줬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 "박씨로부터 돈을 받아 관리했다"는 김영완(해외체류)씨의 진술이 박씨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지만, 최근 법원이 진술에만 의존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이 검찰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
특히 검찰은 박씨가 돈을 받은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채 '4월 중순'이라고만 명시해 변호인의 공격을 받았다. 변호인측은 이날 "이 전 회장 등 관련자들이 모두 '총선(4월13일) 이후'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점, 고 정몽헌 회장의 해외출장 시점 등을 감안하면 4월14일이 범죄시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 '총선 이후'라고 말한 사람은 현대상선 직원 한 명뿐"이라고 일축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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