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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 崔대표 압박에 일단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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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 崔대표 압박에 일단 침묵

입력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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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이 전 총재는 11일 최병렬 대표가 대선자금 자체 조사 방침을 밝히는 등 압박을 가한 데 대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측근들에게도 "한 마디 불씨가 화마(火魔)가 된다"는 엄중한 함구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침묵에도 불구, 내부적으론 측근들이 입장 표명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전총재는 이날 오후 문 밖으로 나서 명륜동 본가로 향해야 했다. 지난 5일 서울대 병원으로 최 대표를 문안한지 6일만의 외출이다.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이 전 총재의 연로한 모친이 마음 고생이 심해 건강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는 그러나 명륜동 본가에 취재진들이 기다리고 있자 모친을 뵙지 못하고 옥인동으로 돌아갔다.

이날은 맹형규 의원, 변정일 전 의원 등이 옥인동을 찾았다. 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 다른 특별한 이야기를 하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국민 앞에 나서서 입장을 밝힐 시기 등을 놓고 심사숙고 하고 있으며 대선자금 내역에 대한 내부 확인이 어느 정도 끝나면 성탄절 이전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얘기가 측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 측근은 "지난번 대국민사과보다 더 강도가 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총재 주변에선 최 대표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한 측근은 "지금 서로 싸우면 결국 누구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총재가 먼저 자백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 입 조심부터 시켜야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서청원 전 대표는 옥인동 방문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진 후 이 전 총재와 최 대표간, 또 자신과 최 대표간의 갈등설이 파다한 가운데 옥인동을 찾는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 전 대표측은 이날도 최 대표에 대한 공격을 계속 감행했다. 한 측근은 최 대표의 대선자금 자체 조사 방침에 대해 "최 대표가 조사하면 뭘 더 알아내겠는가"라며 "입에 발린 쇼를 하자는 것인가"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최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당을 장악해 더 큰 권력을 잡으려는 사심을 버리고 당을 단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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