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을 탈출해 입국한 한 젊은 여성이 혈육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외로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10월 입국해 백혈병으로 현재 경기 안성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탈북자 김모(21)씨. 평양 태생으로 함북 청진에서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주택건설사업소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지난 6월 새어머니와의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중국 국경을 넘었다.어려서부터 쉽게 몸이 피로하고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증세가 있었지만 북한에선 병명조차 알 수 없었던 김씨는 지난 9월 베이징(北京)의 한 병원에서 백혈병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그제서야 주중한국대사관을 찾아 망명신청을 했고 중국정부는 백혈병에 걸린 김씨에게 예외적으로 '제3국 경유과정'을 생략한 채 한국행 직항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특혜를 줬다. 김씨는 지난달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정밀진단을 통해 만성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최종진단을 받았다. 현재 골수이식을 위한 정밀진단을 받기 위해 입원 중인 안성의료원과 여의도 성모병원을 오가고 있는 김씨는 "설마했었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무일푼에 일가 친척 하나 없는 김씨에겐 골수를 찾는 것도, 수술비 마련도 힘겨운 실정. 수술을 위해서는 기증자 골수채취비 750만원과 항암치료비 1,000여만원 등 총 5,000여만원이 소요되지만 의료급여 1종 수급자인 탈북자 김씨의 의료보험 혜택은 고작 2,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사정을 전해들은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최근 320만원을 모금해 김씨에게 전달했고 통일부도 발벗고 나섰지만 후원자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가녀린 체구에 병색이 완연한 김씨는 "요즘은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꼭 건강을 회복해 도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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