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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부안사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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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부안사태의 교훈

입력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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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0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위도 핵폐기장 유치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부안군을 포함해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주민투표를 통해 유치신청을 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2003년 7월 14일 김종규 부안군수와 김형인 군의회 의장이 산업자원부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해 비롯되었던 부안항쟁이 마침내 마무리될 수 있게 되었다.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대다수 부안군민들이 벌써 5개월째 핵폐기장 유치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정부가 이런 뜻을 올바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핵폐기장에 반대하는 대다수 부안군민들은 생업을 접다시피 하며 정부에 맞서서 잘못된 정책이 실행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머리가 깨지고 살이 찢어지도록 부상했으며, 또 백 수십명의 사람들이 경찰에 체포되어 옥에 갇혔다. 이 정부가 과연 참여와 분권을 내걸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시인했듯이, 정부의 일차적인 잘못은 주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절차상의 하자에 그치는 잘못이 아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근본적인 잘못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핵폐기장을 빨리 설치하지 않으면 곧 큰일이 일어날 것처럼 국민을 '협박'했다. 이렇게 해서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지역주민의 정당한 요구를 편협한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억누르려 했던 것이다.

둘째, 정부는 엄청난 지역개발계획을 발표해서 지역사회를 파괴하고 주민들을 사실상 '매수'하려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 심지어 윤진식 장관이 직접 나서서 엄청난 액수의 현금을 주민들에게 직접 줄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핵정책에 관한 한 이 정부는 개발독재 시대로부터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핵폐기장의 성격에 관한 홍보에서도 근본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문화재단은 100억원이 넘는 돈을 써서 핵발전은 '행복에너지'요, 핵폐기장은 무슨 문화시설이나 복지시설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이런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는가.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이 '절대적 위험시설'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상식이 되었다.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아무리 그럴 듯한 광고를 만들어도, 그 누구도 속지 않는다. 사람들이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에 반대하는 까닭은 그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에 관한 일방적인 홍보를 즉각 중단하고, 그 예산을 재생가능한 대안에너지의 개발에 써야 한다.

부안항쟁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개발독재 시대에 마련된 후진적인 핵정책을 하루빨리 폐기하고 우리의 전기정책을 시대의 흐름에 걸맞게 선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른 지역들의 유치신청을 받겠다고 했지만, 다른 지역들에서도 또 다시 '항쟁'이 일어날 것이다. 지역을 옮기겠다는 것은 부안항쟁의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답은 하나밖에 없다. 후진적인 핵정책을 폐기하고 선진적인 전기정책으로 옮아가는 것이다. 핵발전은 안전하지 않으며, 깨끗하지 않고, 싸지도 않다. 핵폐기장을 둘러싼 거듭되는 '항쟁'은 핵발전이야말로 가장 값비싼 발전방식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잘못된 핵정책을 강행함으로써 이 정부가 스스로 내건 참여와 분권의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면, 부안군민들은 잘못된 핵정책에 온몸으로 맞서서 참여와 분권의 가치를 실현했다. 부안군민들의 '희생'은 이 사회의 참된 선진화를 위한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홍 성 태 상지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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