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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중국의 석유소비

입력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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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5억 4,000만대의 자전거가 있다고 한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경제적 여건만 허락하면 이를 자동차로 바꾸려 할 것이다. 올해 중국의 소비자는 200만대의 자동차를 사들였다. 그래도 중국에는 자동차가 아직 2,000만대가 채 안 된다. 20년 이상 8%안팎의 연평균 경제성장률로 도약하는 중국사회에서 자가용 자동차 소유욕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바로 우리 사회가 경험을 완료한 일이다.5억 대의 자동차 수요라면 허황된 얘기일까. 그러나 중국에서 '자가용1억대 시대'의 도래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군침을 삼키며 중국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다. 이 하나의 현상만으로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중국 기회론'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 자동차가 달리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어디서 나와야 할까.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중국의 석유소비가 세계에너지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은 중국에 대한 경계의 시각을 잘 표출한다. 하지만 인용된 국제 에너지기구(IAE)의 통계와 예측만 보아도 세계 에너지 수요 판도에 거대한 변화가 밀려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올해 석유소비량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산유국이지만 국내생산은 정체 상태이다. 대신 석유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 비해 올해 수입량이 30% 늘어 하루 180만 배럴에 이르렀고, 2010년이면 400만 배럴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역동적인 중국의 산업화도 그렇지만 13억 인구가 미국을 모방하는 소비행진을 본격적으로 벌인다면 클라우스 퇴퍼 전 독일 환경장관의 지적대로 중국 혼자서 지금의 세계생산량을 다 써버릴 수도 있다. 중국의 대량 석유수입은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 석유값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석유자원 확보를 놓고 국제정치적 갈등이 촉발되고, 온실기체 증가로 환경문제가 급속히 악화해질 수 있다. 석유 전문가들 은 배럴당 30달러의 현재 고유가는 바로 중국변수의 영향으로 본다.

석유자원확보를 놓고 세계는 숨막히는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본질적 이유도 중동의 석유자원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제 세계경제권에 편입한 중국이 석유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거대한 원유비축기지를 계획하고, 대외적으로는 신장된 국력을 이용하여 중동 중앙아시아 시베리아의 에너지자원 확보에 보이지 않게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이웃이나 미국에게 '중국 위협론'의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이라크침공으로 비난 받는 미국이 있어 중국은 비교적 실리 챙기기에 나쁘지 않은 여건이다. 그러나 석유수급의 균형이 깨지면 미국과 중국도 자원쟁탈을 벌이며 국제적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일단 산업화의 탄력을 받은 거대한 중국 경제가 에너지원 확보에 국력을 집중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석유자원 확보는 강대국의 일만이 아니다. 지난 9월 태풍 매미가 강타했던 날 130만 가구가 전기 없는 암흑 속에서 지냈다. 에너지를 잃은 도시는 사지가 묶인 거인처럼 속수무책이었다. 하룻밤의 정전에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는 석유와 원자력이 만드는 에너지에 깊이 중독되었다. 그럼에도 에너지의 부산물인 핵폐기물 처리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거칠어질 국제정치의 격랑을 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온갖 변화가 소용돌이치는 국제사회의 대격변을 목격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국의 산업적 도약은 문명의 대 분기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적 도약에 필요한 에너지공급을 놓고 인류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는지 모른다. 문명의 흥망성쇠야 어찌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개별국가의 전략적 대응은 더욱 긴요할 수밖에 없다.

김 수 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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