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와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할 수 있는 무균(無菌) 미니 돼지를 생산한 것은 우리 생명공학 기술의 개가로 평가된다.광우병은 1985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23개국에서 20여만마리가 감염됐고, 감염이 우려되는 소까지 모두 350만마리가 소각처리돼 축산농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세계 각국은 광우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막대한 연구비를 투여해왔다.
국내에서도 정보통신부 'IMT-2000 출연금' 40억원을 지원 받은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의 주도로 2001년 광우병 내성 소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연구에는 서울대를 비롯, 전남대, 충북대 등 7개 대학의 생명공학자 120여명이 참여했다.
학계에서 진행해온 연구는 크게 2갈래. 하나는 생체 내에 축적되지 않으면서 정상기능을 하는 '프리온(Prion) 변이 단백질'을 수정란에 과발현시키거나 프리온 유전자를 제거한 개체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광우병 발병을 차단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전자의 방법으로 지난 달 15일 4마리의 건강한 복제 소를 탄생시켰고 그 이후 같은 방법으로 15마리를 추가 임신시켰다. 광우병 내성 소를 대량 생산하게 되면 그 동안 병이 발생하면 도살 처리 밖에 할 수 없었던 광우병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날 함께 선보인 인간 장기이식용 형질전환 무균 미니 돼지 생산기술도 절대 부족한 이식용 인간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미국에서도 장기를 제공할 무균돼지가 생산된 적 있지만 무균상태이면서 인체 거부반응이 없고, 장기 크기도 인간에게 맞춰 복제방법으로 탄생시킨 돼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려면 동물의 균에 전혀 감염되지 않아야 하고 인간 장기와 크기를 맞추려면 돼지 크기도 일반 돼지의 3분의 1가량으로 줄여야 하는데 이번 돼지는 이 같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를 실용화하기까지는 남은 숙제가 많다. 우선 광우병 내성 소가 실제로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지에 대한 검증작업을 거쳐야 한다. 연구 발표 내용처럼 프리온 변이 단백질을 과발현하는 방법으로 광우병을 예방할 수 없다면 지금까지의 연구는 허사가 된다. 또 무균 돼지도 6마리 모두 2일을 넘기지 못하고 폐사했기 때문에 무균 돼지의 장기를 실제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다.
연구진도 인간에게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무균 돼지에 대한 생존율 향상, 이종(異種) 동물간 이식술 및 면역조절기술 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