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LG보다 2억원 많은 15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한나라당에 전달한 과정이 10일 공개되자 검찰 주변에서는 "역시 삼성답다"는 반응이 나왔다.삼성은 112억원을 전달이 쉽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무기명 국민주택채권으로 건넸다. LG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초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삼성 구조조정본부 윤모 전무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기업과 비교해 (적으니) 돈을 더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전무는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보고했고, 이 본부장은 재무팀장인 김모 부사장에게 전달방법, 액수 등을 정하도록 지시했다. 김 부사장은 당시 삼성중공업 사외이사이던 서정우(구속) 변호사를 만나 100억원대를 전달키로 합의한 뒤 11월 중순과 하순 강남구 대치동 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각각 55억원과 57억원을 전달했다. 채권은 액면가 1,000만원, 500만원짜리 두 종류로, 김 부사장은 채권을 두 열로 쌓고 포장해, 겉으로 봐선 두꺼운 책처럼 보였다. 현대비자금 관리인 김영완(해외체류)씨가 애용했던 채권을 사용한데 대해 삼성측은 "전달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100억원에 12억원이 붙은 이유는 채권을 현금화할 경우 할인율을 감안해 더 얹어주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예사롭지 않은 점은 재벌들의 돈 관리 형태. 삼성은 112억원이 계열사에서 빼낸 돈이 아니라, 평소 대주주들이 현금과 채권으로 관리해오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최대 재벌들이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처음 드러난 셈인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10∼11월초에는 현금으로 50억원을 건넸으나 이중 10억원은 정상 영수증 처리해 40억원만 불법자금이 됐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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