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뜨는 아역배우들/"팬카페 거느린 어엿한 스타라구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뜨는 아역배우들/"팬카페 거느린 어엿한 스타라구요"

입력
2003.12.11 00:00
0 0

"아이들 때문에 봐요."요즘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존재는 떠오르는 작은 별, 아역 스타들이다. 깜찍한 외모와 더불어 어른 못지않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아역 스타들은 드라마의 재미와 현실성을 높이려면 없어서는 안될 보석 같은 존재다.아역 스타 중의 스타는 MBC 월화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 역으로 유명해진 조정은(7)이다. 그는 대장금 출연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미래 여우주연상 조정은'을 줄인 '미여조'라는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재 미여조 회원은 약 3만명.

3세 때부터 연기 학원에 다니며 연기 수업을 받았다는 그는 또박또박한 말소리가 돋보이는 야무진 대사 처리가 특징이다. 요즘은 SBS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 출연과 MBC '나는야 경제박사'에서 사회까지 맡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완전한 사랑'에 출연 중인 김원미(9)와 박지빈(8)도 눈길을 끄는 예비 스타들이다. 연기가 어른보다 자연스럽다는 평까지 듣는 이들은 극 중에서 차인표와 김희애의 자녀로 나와 눈물을 펑펑 쏟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박지빈은 2001년 뮤지컬 '토미'로 데뷔해 올 여름 SBS 납량특집극 '은지'에서 급사한 소년역을 똑 떨어지게 연기해 '완전한 사랑'에 출연하게 됐다. 역시 초등학교 3학년인 김원미는 지난해 모 백화점 주최 사진경연대회 입상을 계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했으며 SBS 일일연속극 '해 뜨는 집'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SBS 대하 사극 '왕의 여자'에서 김혜리의 아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박은빈(12)은 사극 전문 아역 배우다. 부드러운 눈매와 침착해 보이는 인상 덕분에 KBS '명성황후'의 세자빈, '무인시대'의 태자비, MBC '상도'의 이쁜이로 출연해 널리 알려져 있다.

연기학원 출신으로 6세 때 SBS 특집극 '백야 3.98'로 데뷔했으며 지난해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 착공식에서 휴전선의 철책문을 열고 걸어나오는 북한 소녀로 등장해 외신에까지 소개가 됐다.

KBS 수목드라마 '로즈마리'에서 김승우의 아들로 등장하는 이병준(5)도 낯 익은 아역 스타다. 로즈마리 이전에는 KBS 일일연속극 '노란손수건'에서 이태란의 아들로 출연했으며 '아내', '맹가네 전성시대' '로망스' 등 수 많은 드라마에 얼굴을 비쳤다.

이 밖에 CF로 널리 알려진 심혜원(6), 강윤도(6), 정다빈(4)도 친숙한 아역 스타다. 이들은 CF외에 최근 유명한 팝송을 캐롤로 편곡해 부른 '2003 크리스마스 스토리'라는 캐롤 음반을 내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등 어른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아역배우 "환상과 현실"

사극 '대장금'(MBC)에서 어린 장금 역을 맡아 성인 탤런트 뺨치는 연기를 선보인 조정은(7). 요즘 출연하고 있는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SBS) 촬영 때문에 일주일에 나흘은 꼬박 촬영장에서 보내야 한다. 오전 9시에 시작해 보통 밤 12시가 다 돼야 끝난다. 어머니 지순희(42)씨는 "녹화를 성인 연기자 위주로 진행하다 보니 그저께는 녹화 분이 단 두 장면 밖에 없는데도 하루 종일 기다려야 했다. 너무 고생스럽다"고 말한다. 조정은은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득부득 우겨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케이스. 어머니는 "절대오래 시키고 싶지 않다. 성인 된 후 하겠다면 말릴 수 없겠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그만뒀으면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역배우는 스스로 의지보다는 부모의 욕심 때문에 데뷔한다. 아역배우 출신 A씨는 2001년 겨울, "낯선 사람이 딸을 납치했다"고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고했던 아버지가 경찰과 함께 자신을 찾아 내자 "나는 납치가 아니고 가출한 것이다. 더 이상 아빠가 원하는 대로 방송생활하는 게 지겹다"고 밝혀 경찰을 당황하게 했다. 아역배우를 둘러싼 환상과 현실. 그 궁금증을 밝힌다.

아역배우는 돈을 많이 벌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니다.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팬 클럽까지 거느린 아역 배우라고 해도 수입은 대단치 않다. 방송사별로 총 18등급으로 나뉘어 있는 출연료 체계상 아역 연기자(대부분 19세 이하)는 인기도나 극중 비중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된다. 출연료는 1편당 4만1,800원(1등급)에서 7만9,600원(5등급) 사이. 교통비를 제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대표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인 '매직키드 마수리'(KBS2)에 고정 출연하더라도 출연료는 주 50만원 정도이고 '드라마 시티'(KBS2)등 단막극의 주연을 맡아 일주일 내내 밤을 지새워도 30만원 안팎을 받는 게 고작이다. 신인 아역배우의 경우 그나마 등급 분류도 되지 않아 방송사별로 회당 3만원(KBS) 1만6,000원(MBC) 2만1,000원(SBS)의 보수를 받는다.

아역 배우들이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CF 출연. 하지만 아역 모델료도 100만∼200만원(6개월 계약)에 불과하다. 트롬세탁기 CF에 등장해 '고소영보다 광고효과가 낫다'는 평을 들은 정채은(4)도 모델료는 200만원 미만이었다. 인기가 올라가면 모델료도 올라간다. '리틀 심은하'로 불리며 최근까지 10여 개의 CF에 출연한 심혜원(6)은 아역 중 최초로 1,000만원 대 모델료를 받아 화제가 됐다.

아역배우는 키가 크지 않는다?

아역 출신 성인 연기자는 대부분 키가 작다. 정태우(173㎝) 홍경인(168㎝) 이의정(157㎝) 안연홍(164㎝) 등 아역 출신들의 키는 평균 신장(고3 기준·남 173㎝, 여 160㎝)과 비슷하지만, 연예인 치고는 크지 않다.

전문의들은 성장기의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가 성장 저해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불규칙한 수면 시간이 문제다. 키가 자라는 시간은 오후 10시에서 오전 2, 3시까지다. 하지만 철야 촬영 때문에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는 아역 배우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일찍부터 성인문화에 노출, 성호르몬 분비 시기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작 한창 자랄 시기에 성장 호르몬 분비가 적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자 아역 배우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초경이 1, 2년 빠르다.

자생한방병원 성장 클리닉 이성환 진료부장은 "몸속 독소가 해독되는 오전 1시에서 3시 사이에 잠을 설치면 어린 나이에도 만성 피로를 느끼는데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호르몬 분비가 불안정해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역 연기자는 성인 연기자로 뜨기 힘들다

어렸을 때 오밀조밀한 귀여운 외모로 사랑 받았던 아역 연기자가 20대를 지나며 평범하게 변하는 경우가 많다. 성인 역을 맡더라도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일도 흔하다. '어릴 때 예쁘면 커서 못나진다'는 속설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드림성형외과 미의학연구소 김영준 원장은 다양한 측면에서 원인을 분석한다. 그 이유는 성장점에 있다. 얼굴의 성장점은 눈, 코, 입, 턱 등에 각각 따로 있다. 그 성장점이 같은 비율로 커지는 게 아니라 제각각 커 나가기 때문에 어릴 적 예쁜 얼굴을 유지하기 힘들다.

김 원장은 예쁜 얼굴에 대한 기준이 10대와 20대가 다른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눈 아래 애교살이 있는 큰 눈에 통통한 볼살, 비교적 동그란 코와 작은 아래턱이 조화돼 귀엽고 어려 보이는 얼굴이 10대 시절의 예쁜 얼굴이지만 20대가 되면 동그랗고 큰 눈보다는 짙은 화장과 인조 속눈썹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긴 눈, 갸름하고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이 조화된 성숙한 얼굴이 미인으로 통한다. 때문에 어렸을 때 예뻤던 아역 배우가 20대에 외모로 화제가 되기는 어렵다.

때문에 성인 배우로 자리 잡기 위해 파격적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재은이 영화 '노랑머리'에서, 서원이 영화 '나쁜 남자'에서 노출을 감행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성인 배우로 자리 잡으면 다행이지만 마땅한 배역을 맡지 못하고 방송가 주변을 배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대 규모의 연기학원인 MTM의 주영길 차장은 "방송에는 중독성이 있어서 아역배우로 일단 방송 맛을 본 아이들은 쉽게 다른 길을 찾지 못한다. 특히 '공룡선생'(SBS) '학교'(KBS) '나'(MBC) 등 청소년 드라마에서 주연은 아니지만 고정 배역을 맡았던 아이들 가운데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배회하다가 나쁜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