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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이지송 현대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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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이지송 현대건설 사장

입력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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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을 살리는 게 저의 신앙입니다."이지송(63) 현대건설 사장은 국내 건설업계 최고 경영자로는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육군 장교를 거쳐 공무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공기업 간부, 기업 최고경영자, 대학교수 등을 두루 섭렵한 뒤 올해 3월 친정인 현대건설 사장으로 컴백했다. 하지만 다양한 이력과 달리 이 사장의 캐릭터는 '토목쟁이' 그 자체다. 간부회의에서 육두 문자가 사무실 밖으로 흘러 나올 정도로 거침 없으면서도 솔직 담백한 성격이나 한번 목표를 세우면 어떻게 해서든 해내고 마는 뚝심까지 전형적인 '현대맨'의 특성을 지녔다. 그러면서도 청소부에서 현장 간부에 이르기까지 수백명의 사원을 기억하고, 함께 설렁탕을 먹으며 어깨를 다독이는 자상함과 여유도 있다. 그래서 그는 사내에서 '냉철한 돌쇠'라고 불린다. 이 사장 취임 후 현대건설 직원들 사이에선 '다시 해보자'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그는 "자신감을 회복시킨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복대 교수로 재직 중인 3월초 돌연 현대건설 사장 제의를 받았을 때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털어 놓았다. 난파 직전의 친정을 나 몰라라 외면하기도 난처하고, 그렇다고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의 최고 경영자라는 위험을 안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대학 강단에 서서 후학을 키우는 재미를 놓치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라면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었다.

"사장 제의를 받고 수 차례 가족 회의를 했지요. 여러 사람이 말렸습니다. 어떤 친구는 '사장직을 수락하면 개인보증을 서야 하니까 반드시 재산정리를 하고 가라'고 충고하더군요. 그러나 하지 않았습니다. 현대건설을 살리지 못하면 나 자신도 파산하겠다는 비장한 배수진을 치고 '현대호'에 뛰어 들었습니다. 지금 수천억원의 개인 보증을 섰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현대건설 같이 탁월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는 기업은 반드시 다시 일어납니다."

이 사장이 취임하면서 회사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수년간 뒷걸음질쳤던 공사 수주가 늘면서 고용이 안정됐다. 직원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현대건설은 11월말 현재 국내 영업 실적에서 5조3,500억원을 올려 지난 해 수준을 넘어섰다.

"처음 와 보니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유능한 직원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고, 남은 직원들은 패배감과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주 극대화를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고 사원들의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총력을 다했습니다. 건설업체에 공사 수주는 생명줄 입니다. 저는 공사를 따내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다 합니다. 대학 초청 강연회를 활용해 대학 교수들에게 도와 달라고 읍소하고, 공사 발주 담당자들도 기회만 있으면 만나려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나서면서 직원들도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신고리 원전, 광양 항만 컨테이너 공사, 청계천 복원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노조 위원장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노사가 하나가 돼서 이뤄낸 쾌거 였습니다."

최근 들어 회사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지만 이 사장은 가슴 한 구석이 개운치 않다. 소액주주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이 달초 9.05대 1의 감자를 실시, 소액주주들의 심한 항의를 받았다. 이 사장은 당시 주총 의장으로 감자 절차를 일선에서 지휘했다.

"감자 결정을 하고 나서 죄송한 마음에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샜습니다. 죄인이 된 심정으로 반드시 주주들의 손해를 보상하겠다고 맹세 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우리의 책임이 크다. 더욱 분발하자'고 말하면서 목이 메였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소액주주들이 입은 손해를 만회할 수 있도록 명예를 걸고 매진 하겠습니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최일선에서 이끈 국민 기업"이라며 "현대건설이 다시 일어나 옛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불씨가 되겠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 李사장은 누구

-1940년 충남 보령 출생

-경동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졸, 동대학원 공학박사

-1965년 건설부 영남국토건설국 남강댐건설사무소 근무

-1970년 한국수자원공사 입사

-1976년 현대건설 차장으로 입사

-1985년 이라크 키르쿠크 상수도 현장 소장(이사)

-1997년 국내 영업본부 본부장(부사장)

-1999년 경인운하(주) 대표이사 사장

-2000년 경복대학 토목설계과 교수

-2003년 현대건설(주) 대표이사 사장

-전인순씨 사이 2녀

-취미: 등산, 골프(핸디 12)

● 나의 경영철학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대형 공사를 주로 하는 건설회사에게 공사 수주는 생명줄과도 같다. 아무리 견실한 건설회사도 공사를 따내지 못하면 도태된다. 따라서 관공서나 시행사, 재건축조합 등 공사를 발주하거나 시행하는 측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회사 대표를 비롯한 모든 임직원들이 겸손한 마음가짐과 더불어 만나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기본 자질과 노력을 겸비해야 한다.

30년 가까이 건설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항상 잊지 않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바로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다. 이 문구는 다소 수동적인 의미를 지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최선을 다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한 단계 뛰어넘어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수주에서 건축물 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건설업계 임직원들이 새겨야 할 덕목이다. 항상 이 문구를 마음에 새기고 생활하다 보면 모든 일상이 도전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현대건설 대표로 취임한 이후 직원들에게도 이 문구를 항상 강조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전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현대건설 정상화를 앞당기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 현대건설은 어떤 회사

현대건설은 1947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토건사가 모태. 올해로 56년을 맞은 국내 최대 종합 건설사다.

1958년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한강 인도교 복구공사를 비롯, 60년대 경인고속도로 건설과 다목적댐, 항만건설 등 국내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을 주도했다. 70년대 들어서는 국내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71∼78년)를 건설하는 등 국내 원자력 발전소 총 18기 중 12기를 시공했다.

현대건설의 상징인 해외 대역사(大役事)는 66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 우리나라 건설업계 최초의 해외 토목사업인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마쳤고, 71년에는 바레인 아랍수리조선소를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중동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후에도 현대건설은 78년 20세기 대역사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47개국에서 600여건의 대형 공사를 수행, 총 수주액 450억 달러를 기록했다. 7월에는 다국적 건설전문지(誌)인 'ENR'이 조사한 세계 건설업체 순위에서 14위에 랭크됐다. 현대건설은 올해 브랜드 아파트 '현대 홈타운'을 내세워 국내에서 3조1,000억원, 해외 토목건설을 통해 16억6,700만달러(약 2조원) 등 5조1,2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수주 목표인 7조8,400억원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현대건설측은 내다보고 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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