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71)씨가 2001년 크레용으로 종이에 그린 드로잉과 신문지에 크레용과 유화물감으로 그린 드로잉을 보여주는 '백남준 드로잉 전'이 갤러리 마노에서 열리고 있다.천진난만하다. 한마디로 백씨의 예술은 자유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크레파스로 도화지에 마음 내키는대로 그림을 그리듯 백씨는 가로 세로 30, 40㎝ 크기의 종이 위에 스스로의 자유로운 예술정신을 마음껏 펼쳐놓고 있다.
'무제'란 제목의 작품들에는 물고기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거북이, 게가 에펠탑과 고층빌딩 사이를 엉금엉금 기어가며, 한국 전통 가옥 사이를 기린과 문어가 활보한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하늘색이 반짝인다. 남자가 고추를 길게 늘어뜨리고 서 있는 곁으로 코끼리, 물고기, 거북이 등을 그린 'Liberty'(자유)도 그렇다. '샬롯'은 그의 활동 초창기에 첼리스트 샬롯 무어맨과 펼쳤던 퍼포먼스 장면을 그린 것으로 자신의 삶과 예술을 회상하는 최근 심경을 엿볼 수 있다. 또 미주 한국일보 등 신문의 인터넷 광고, 스포츠면 등에 색칠을 하고 재구성한 작업은 마치 그의 비디오아트를 평면에 옮겨 놓은 듯 색다른 느낌을 준다.
백씨는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뉴욕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더없이 자유로운 정신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그의 마음은 커다란 동그라미로 얼굴을 그리고 몇 가락 머리카락과 수염을 장난스럽게 그려넣은 '자화상' 등에서 알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11일까지. (02)741―603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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