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최측근인 서정우 변호사 구속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이 전총재를 겨냥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한나라당의 SK 비자금 100억원 수수사건과는 또 다른 사태의 전개다. 서 변호사는 이회창 후보의 대선 사조직인 부국팀의 핵심이다. 대선자금은 당 공식라인과는 별도로 후보 주변에 의해 은밀히 조성·사용되는 게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이었다.검찰은 서 변호사가 LG그룹으로부터 차떼기 수법으로 150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1997년 대선 때 모금책이었던 이석희 당시 국세청 차장과 이 후보 동생인 이회성씨 역할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사조직에 의한 불법 대선자금 모금이 개탄스럽다.
우리는 이 전 총재가 10월 30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SK 비자금 수수가 사실로 확인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을 때 전반적인 대선자금의 조성경위와 용처를 밝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대선자금의 실체를 먼저 고해한 뒤 이해와 용서를 바라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서 변호사 부분을 솔직히 밝혔더라면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선자금 문제는 당사자의 고해성사와 진실규명에 이어 제도적으로 재발을 막는 장치를 강구하는 방안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 전 총재는 더 늦기 전에 대선자금의 실체적 진실을 고백하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한나라당도 검찰수사가 편파적인 표적수사라고 저항하거나 특검을 거론해선 안 된다. 이 전 총재에게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공당의 자세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공세를 마냥 반길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규모와 성격은 다를지 몰라도, 아무도 대선자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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