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미국경제에 약인가 독인가. 정보통신(IT) 분야를 중심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경제에 대한 미국 내 득실논쟁이 한창이다. 값싸면서도 우수한 인도의 노동력은 장기적으로 미국경제에 엄청난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미국경제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서비스 업종의 공동화로 경쟁력 하락은 물론, 고용시장에도 치명타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혼재하고 있다. 미국 경제계는 저비용 고수익을 찾아 인도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의 아웃소싱 추세를 대세로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미국을 추월하는 인도의 IT
IT 강국 인도의 명성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중국이 제조업을 앞세워 세계시장의 블랙홀로 성장했다면, 인도는 IT를 무기로 세계를 석권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IT 분야가 제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주된 동력이라는 점에서 인도발 충격파는 중국의 경우와는 판이하다.
맥킨지 보고서는 최근 2008년 인도의 IT 수출규모는 지금의 5배인 570억 달러에 이르고, 고용도 400만 명에 달해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7%가 IT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인도가 제조업이 아닌 두뇌를 바탕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경제구조가 탈바꿈하는 최초의 개발도상국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도의 잠재력은 10억 인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경제활동 인구가 밑바탕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인구의 35%인 15∼59세 연령대는 2020년에는 47%로 늘어나 세계 최대의 근로가능 노동력을 보유하게 된다. 매년 310만 명의 대학졸업자는 2010년에는 두배로 늘고 이공계 대학도 4년 후에는 절반 이상 늘어난 1,600여 개에 이를 전망이다.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들 고인력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그러나 미국대학 졸업자 초봉의 8분의 1에 불과한 1만여 달러에 불과하다. 공장 뿐 아니라 IT산업의 중추신경이랄 수 있는 기술센터까지 미국기업이 앞 다퉈 인도로 옮겨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도 IT는 미국에 기회이자 도전
인도가 중국보다 미국경제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이 자랑하는 제조업은 미국 총생산량의 14%, 고용에서는 11%에 불과하다. 그러나 IT 등 인도의 서비스업은 미국경제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일자리도 3분의 2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벤처투자가들은 33%에서 75%에 이르는 미국 내 소프트웨어, 반도체칩, 전자상거래 분야 신규 업체들이 인도의 연구개발(R&D)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인도를 두려운 눈으로 보는 것은 인도의 IT 고용시장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미국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현상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미국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없어진 일자리는 두배로 늘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일자리를 잃은 미국 IT 전문직 인력은 24만여 명에 달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도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 기업의 신규 IT 기술개발의 3분의 1 이상이 인도 등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주된 원인이다. 인도 IT의 요람인 카르나카타주 방갈로르의 IT 엔지니어들은 15만 명으로, 원조격인 미국 실리콘 밸리의 12만 명을 이미 넘어섰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산업이동 등으로 일자리가 바뀐 미국 노동인구 중 종전 연봉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근로자는 36%인 반면, 25% 이상은 연봉이 30%이상 줄었다.
인도 IT 산업의 부상을 나쁘게만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낙관론자들이 내세우는 인도 효과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엄청난 공백이 예상되는 미국 서비스 분야의 고용시장을 인도의 값싼 고품질 인력이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과거 베이비붐 세대보다 혁신성, 생산성에서는 인도의 신규 노동력이 앞서 있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아웃소싱 전문가인 크리스 디셔는 "미국에서는 더 이상 짜낼 것이 없지만, 인도는 그렇지 않다"며 "이것이 주식회사 미국이 인도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2,4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IT 시장규모 중 미국내 인도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은 미미한 3%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인도를 두려워하는 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중국의 제조업이 미국 소매가를 낮췄듯이 인도의 IT가 오히려 서비스 분야의 비용을 절감케 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반기는 이들도 많다. 무엇보다 미국 하이테크 산업을 이끌 이공계 대학 졸업인력의 60%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어차피 IT 산업에서 외국인 인력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은 귀 기울일 만한 대목이다.
인도 IT산업이 중단없는 성장이라는 미국의 신경제 모델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15년 전에는 인도와 거의 교류가 없었던 미국이 인도의 IT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미국경제의 대세를 가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美경기 좋아져도 노동시장은 꽁꽁" IT·제조업 해외이전 논란
최근 미국에서는 인도와 중국에 정보통신(IT)과 제조업(인력) 부문을 의존하는 국제분업 체계가 미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올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면서도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촉발된 이 논쟁에서 전문가들은 분업 구조를 되돌릴 방법은 없으며 이 구조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의 자본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7일 전문가 좌담을 통해 이러한 분업 체계를 평가하는 미국의 시각을 전했다.
먼저 다이애나 파렐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연구원은 분업 체제 탄생 배경으로 미국의 노동력 부족을 꼽았다. 기업으로서는 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렇게 시작된 국제분업으로 미국의 고용시장은 경기 활성화에 상관없이 바닥을 기게 됐다. 한 국가 안에서 수요가 늘면 고용이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스티븐 로치 모건 스탠리 수석 연구원은 "미국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만큼 중국과 인도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분업구조가 노동시장에 관한 한 제로섬 게임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득을 제일 많이 보는 측은 중국과 인도의 노동자가 아니다. 이들을 고용하거나 활용하는 미국의 자본과 기업이다. 로치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의 수출로 미국 노동자가 쫓겨나간다는 논리는 정치인들이 만든 허구"라고 단언했다. 중국과 인도에 생산시설을 세우고 현지 당국의 보조금을 받아 미국으로 수출해서 이득을 얻는 주체는 미국, 일본, 유럽의 자본이기 때문이다.
최대의 피해자는 미국 노동자다. 조시 비벤스 경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이제 블루 컬러는 물론 화이트 컬러들도 시장에서 협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기 호전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일자리는 고임금 정규직이 아닌 저임금 임시직이라는 점도 거론됐다.
비벤스 연구원은 "일자리를 박탈당했던 노동자들이 재취업할 경우 임금이 13∼14% 정도 줄고 있다"며 미국 노동자의 현실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보호무역을 채택하지 않는 한 국제분업 체계가 심화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이 월등한 의료 등 첨단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정부 차원의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것 등이 미국의 대안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