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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軍 전력증강사업 재정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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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軍 전력증강사업 재정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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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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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국방예산은 관리유지비와 전력증강비가 대략 7대 3의 비율로 배분된다. 1974년부터 금년까지 투자된 전력증강비는 무려 50조원에 이른다. 70만의 한국군은 병력수로 따지면 중국, 인도, 미국, 북한, 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이지만, 여전히 지상군 위주의 전근대적 노동집약형 전력구조를 지니고 있어 무기체계의 현대화에 의한 기술집약형 군대로의 소수정예화가 시급한 과제이다.무기획득은 국방기획 순환과정의 일부이다. 그 절차를 요약하면, 위협의 성격과 강도를 정확히 평가하여 합당한 대응전략을 만들고, 이 전략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군사력의 질과 양을 결정한 다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방예산을 배정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전력증강비로 무기를 국외에서 도입하든지, 국내에서 연구개발 생산하든지, 부품 또는 반제품을 국내외에서 조달하여 기존무기를 개량하든지 선택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군사력을 평시에 훈련 및 관리 유지하다가 일단 유사시엔 실전에 투입하여 사용하게 된다.

최근 불거진 국방부의 뇌물수수 사건은 국방부의 차관보급인 획득실장 밑의 획득정책국장으로 근무한 육군소장이 전력증강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비리이다. 그는 연간 5조원 가까운 예산을 주무르는 요직에 2년여 근무하면서 업자로부터 1억원을 뇌물로 받았을 뿐만 아니라,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그의 차명계좌로 입출금된 것이 드러났다. 필연적으로, 뇌물로 받아먹은 액수만큼 조건부로 납품하는 무기의 성능 결함이나 규격 미달을 눈감아 줘야 한다. 그러면 실전 배치된 무기가 전장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전투력의 핵심 요소인 화력과 기동력 그리고 방호력에 결정적인 장애가 초래되어 패전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방정책결정은 중앙집권적으로 이뤄지고 그 집행은 분권화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무기체계에 관한 한 그 운용자인 각군의 성능요구가 상향 수용되어야 하며, 투명하게 민주적인 절차를 통하여 품목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이 가격이나 품목 또는 업체선정에 부당하게 개입 작용해 관료적 병폐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이 합리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날 F-18이 F-16으로 기종이 바뀌거나 중형 잠수함 건조업체 선정이 정권 교체와 함께 대우와 현대 간에 오락가락했던 것이 바로 그 사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몇 조원 단위의 거액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업체 간의 치열한 전방위 로비가 전개되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이 바로 군산복합체제의 역기능이며 비리의 온상이 되는 것이다.

국방부 획득실 요원들의 업무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숙련된 기술 그리고 축적된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고위요직을 대부분 육군이 차지하고 있어 문제다. 이들은 경력관리상 야전부대로 순환보직되어야 하는 단기 업적 지향의 비전문가로서 자군 중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3군간의 갈등과 민·군 간의 부조리는 이와 같은 모순에서 빚어지기 마련이다. 심지어 극단적인 경우엔 육군 장성이 해·공군의 무기체계를 주도적으로 선택 결정하는 난센스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육방부란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차제에 국방당국은 허점 투성이인 현행 무기획득 제도의 규범과 절차를 철저히 재정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번에 불거진 비리의 먹이사슬을 발본색원함과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완벽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방부 획득실 고위직급의 전문화와 장기근속 및 사명의식 고취를 위해 전문교육을 받은 민간 자격자를 현역과 교체 보직하고, 감사원의 정기 및 부정기 직무감사와 회계감사를 제도화하여 비리가 발 붙일 수 없도록 분위기를 쇄신해야 할 것이다.

이 선 호 시사문제연구소장·전 국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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