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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04/구룡포 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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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04/구룡포 과메기

입력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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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포항을 찾았다면 반드시 맛보아야 할 먹거리가 있다. 과메기다. 호미곶에서 차를 몰고 남쪽으로 향하다 보면 포항의 대표적인 어촌 마을인 구룡포와 만난다. 오징어잡이로 알려진 곳이지만 겨울 만큼은 말린 꽁치인 과메기에 명성을 내줘야 한다.과메기란 원래 꽁치나 청어 등 등푸른 생선의 눈(目)을 꿰어(貫) 말리던 이 지역 특유의 건조방법을 일컫는 '관목'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문헌에 두루 나올 정도이니 수백년 이상 이어져온 비법인 셈이다. 다만 재료로 1960년대까지는 청어를 사용했으나 요즘은 잘 잡히지 않는 데다 건조기간이 오래 걸려 지금은 100%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구룡포 과메기가 구룡포앞바다에서 잡힌 꽁치는 아니다. 북태평양 쿠릴열도에서 원양어선들이 잡아온 꽁치를 부산에서 구매, 말리는 작업만 이 곳에서 한다. 안동 간고등어처럼 가공생산의 노하우가 만들어낸 이 지역의 특산물인 셈이다.

구룡포 과메기가 유명한 것은 냉동과 해동과정을 거치며 숙성해가는 과메기의 특성과 지리적 여건이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생선이 바짝 얼지 않는 데다, 낮에는 영상 7∼8도를 오르내리며 적당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최적의 맛을 만들어낸다.

과거에는 사리나무에 꽁치의 눈을 꿴 뒤 처마밑에서 연기에 그을리며 건조를 시켰다. 지금은 과메기 덕장에서 짚으로 배부분을 묶은 뒤 나무기둥에 널어 건조시킨다. 건조기간은 보름 정도 걸린다. 날이 춥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건조기간이 5일 가량 짧아진다.

겨울철 백두대간의 북서풍은 영일만 해풍을 구룡포로 밀어내 과메기에 적당한 염분이 묻어나는 데 일조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쫄깃쫄깃한 맛을 더한다.

수백년 전통의 과메기지만 전국에서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4∼5년 정도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메기의 영양이 웬만한 영양식 못지 않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과메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

실제로 과메기의 영양분석표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등푸른 생선인 꽁치에 함유된 고도불포화지방인 EPA와 DHA는 혈압저하 및 혈액중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심근경색 및 뇌근색 방지 등 성인병예방에 효과가 있다. 특히 꽁치를 과메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DHA 함량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숙취해독이 효험이 있는 아스파라긴산,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레오닌과 리진,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수적인 알기닌과 메치오닌도 다른 식품에 비해 함유량이 풍부하다. 이밖에 피부노화나 체력저하 등을 막아주는 핵산과 무기질, 비타민 P, B12, A 등이 다량 포함돼있다.

풍부한 영양식품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것도 과메기의 인기비결. 구룡포일대에서는 과메기 한 접시에 1만5000원선. 3∼4명의 술안주용으로 거뜬하다.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미역이나 다시마, 김, 쪽파, 생마늘을 곁들여서 먹는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초고추장에 식초를 약간 많이 쳐서 찍어 먹으면 좋다.

택배로 주문할 수도 있다.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빼낸 뒤 배를 갈라 말린 배지기는 한두릅(20마리)에 8,000원, 꽁치를 통째로 말린 통말이는 한두릅에 5,500원선. 택배비는 주문자 부담이다. 구룡포 과메기 생산협회 054-276-2253, 동남과메기덕장 276-3116.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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