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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운동가 노르베리-호지 訪韓/"세계화는 발전아닌 불행으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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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운동가 노르베리-호지 訪韓/"세계화는 발전아닌 불행으로 가는길"

입력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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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카슈미르 지역 라다크의 자연친화적 삶을 소개한 책 '오래된미래'로 잘 알려진 스웨덴 생태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57) 여사가 처음 방한했다. 녹색평론 등이 주최하는 '21세기를 위한 연속 사상 강좌' 제3회 강사로 초청된 그는 10, 11일 두 차례의 강연을 통해 지역 공동체 활성화 소농 중심의 경작 지원 문화 다양성 지키기 등 자신의 반세계화 생태운동 논리를 설명할 예정이다. 강연에 앞서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르베리―호지 여사는 또박또박한 말투로 "가족이나 소규모 공동체에 기반을 둔 한국 전통 사회의 가치도 경제 개발만 앞세우는 서구 자본주의 가치관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학자인 자신을 생태운동에 눈뜨게 만든 라다크에는 지금도 해마다 방문해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개발과 전통 의료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경제의 장벽, 문화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새 시대의 구호처럼 돼 있다. 세계화에 반대하고 지역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개발이 확산되고 도시가 커질수록 시골 사람들은 제대로된 직업도 갖지 못한 채 도시 슬럼가로 쫓겨간다. 도시 문화는 소비 지향, 자원 소모 위주이다. 도시인은 시골 사람보다 연간 평균 한 달 정도 더 많이 일하면서도 많은 스트레스, 우울증에 시달린다. 경제 발전을 우선하고 성장만 제일 가치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그 대안이 가정과 지역 등에 기반한 생산이다."

― 세계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유럽과 미국의 개발은 대량의 자연자원 파괴를 부른다. 대량 소비, 대량 생산 위주의 개발은 개인의 건강과 행복,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다. 발전하면 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와 자본의 소비가 발생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끝도 없이 경쟁한다. 세계화는 이런 가치를 강요하는 것이다. 발전의 개념을 바꿔야만 한다. 여러 지역마다 다양한 문화·사회적 가치가 존재한다. 그 가치를 존중하고 보존하며, 지역 내 자급자족을 실현할 때 생태 다양성, 지속 가능한 개발을 시야에 넣을 수 있다. "

― 지역화·다양화한 생산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소농을 꼽았다. 왜 소농이 중요한가.

"대규모 영농은 다수의 생산자를 토지에서 배제할 뿐아니라 필연적으로 농약의 지나친 사용, 유전자 변형 작물의 개발을 부추긴다. 지역의 농부를 지원하고 소비자와 직접 이어주는 체제를 만드는 게 사회·환경 문제를 풀 대안이다."

― 한국의 전통 사회 가치를 높이 평가했는데, 그 사회가 여성 억압적이었던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근대 경제가 여성의 지위를 높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않다. 사회적 활동이 과거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고 하나 반대로 어머니로서 가정을 지키고 아이를 키우는 역할은 크게 후퇴했다. 전통과 근대를 양자택일할 것은 아니지만 남녀가 가진 고유의 힘과 역할을 더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 20년 넘게 라다크를 방문하고 있는데, 어떤 활동을 펴고 있는가.

"해마다 방문해서 3, 4개월 머무른다. 올해도 7∼9월에 다녀왔다. 최근에는 생태 발전과 재생 에너지 생산에 관심을 두고 있다. 100여 개 마을에서 태양열을 이용한 전기 발전을 돕고 있고 라다크 전통 의술을 유지·보급하기 위해 현지 의료인 200명을 지원하고 있다. 소농과 생태, 지역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여성 단체도 조직했다. 서구적 경제 가치에 물들었던 라다크 사람들의 생각이 지난 수년 동안 바뀌고 있어 흥미롭다. 라다크 사람들은 서구 사회를, 서구인들은 라다크를 방문해 서로 체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행복한가.

"행복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 내에서 타인과 함께 먹고, 일하고, 노래하며 친밀감을 확보하는 것과 자연과 접촉하면서 사는 것이다. 시멘트를 볼 때보다 바다를 볼 때 사람은 더 행복한 법이다. 나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며 지금 일에 만족한다. 행복하다."

16년 동안 라다크에서 살 때 말다툼 한 번 없었는데 잠깐 인도 뉴델리로 가자 금세 싸우고 말았다는 남편 존 페이지도 이번 한국 방문에 동행했다. 변호사이면서 부인의 생태운동을 돕고 있는 그는 기자회견 동안 디지털 카메라로 무장한 사진기자들 속에 끼어 낡은 필름 카메라로 열심히 부인의 모습을 담았다.

노르베리―호지 여사의 강연은 '오래된 미래와 그이후'를 주제로 10일 오후 7시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강당에서, '세계화에서지역화로'를 주제로 11일 오후 7시 충남 홍성군 문당리 환경농업교육관(문의 041―631―6604)에서 각각 열린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노르베리-호지는 누구

노르베리-호지(57)는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며 세계적 생태운동가이다. 그는 영국 런던대 동양언어학과에서 언어학을 공부하다가 1975년 토속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티베트 인접 고원 지대인 라다크에 갔다가 그곳 사람들의 삶에 감동을 받고 그대로 눌러 앉아 16년 간 살면서 라다크 보호운동가로 변신했다. 라다크는 인도 영토의 일부이면서도 1,000년 넘게 독자적 언어와 티베트 불교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인구 13만 명의 작은 공동체이다.

체류 1년 만에 라다크어를 익힌 그는 거칠고 척박한 풍토 속에서도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의 지혜로운 삶과 철학에 매료됐다. 또한 이때부터 서구 세계와의 접촉에 따라 파괴되는 전통 문화를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며 80년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국제 조직을 설립, 보호운동을 전개했다. 이런 공로로 그는 86년 환경운동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바른 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받았다. 91년 영국과 미국에서 '에콜로지와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를 설립, 현대 산업사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등한 삶의 방식의 실현을 모색해왔다.

그 경험을 담아 92년에 내놓은 책이 바로 '오래된 미래'(96년·녹색평론)이다. 그는 이 책에서 "라다크에서 낭비도 오염도 없는 사회, 모든 사람들이 유순하고 다정하게 삶에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회를 알게 됐다"며 "그러한 사회가 근대화의 압력에 붕괴되고 서구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비극"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세계화를 다국적 기업의 독재가 이뤄지는 비효율적 과정이라고 비판한 '허울 뿐인 세계화'(2002년·따님)과 '모든 것은 땅으로부터'(2003년·시공사) 등의 저서가 있고, 녹색평론에서 이번에 '만화로 보는 오래된 미래, 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를 펴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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