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남의 모 학원 의대 치대 한의대 입시설명회는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학원측의 참가 예상인원 1,000명을 크게 넘어선 3,000명이 몰렸다. 설명회 시작 3시간 전에 미리 준비한 자료 1,500부가 동났고, 강의실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복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요즘의 의대 열풍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여기서 '의·치·한의대 지원의 허와 실'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하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안정된 직장을 권하는 부모님, 고생을 덜하고 안정된 소득을 원하는 요즘 학생들, IMF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의대 광풍을 만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자리에서 강조했던 점은 의대 지원의 허점이었다. 이제 어느 직업도 '철밥통'일 수는 없다. 사법고시에 합격해도 취직하기 힘들어졌다.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받을 의사면허도 '배부르고 등 따뜻함'을 보장하는 보증서가 될 수는 없다. 2004학년도 의대정원이 2,588명이고 이들이 졸업해 개원할 14년(군대포함) 후에는 3만5,000명 이상 의사가 늘어난다. 지금도 개원가에선 문을 닫는 병·의원이 속출하는데 그때 가서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모른다. 내가 아는 의사는 아들을 의대에는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의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개원가의 상황은 어렵기만 하고 중국의사들이 진출할 가능성도 높다. 1만4,000명의 한의사들이 있는 현재도 어려운데 한해 750명씩 10년동안 배출되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증권가 용어로 상투를 잡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한의대에 뒤늦게 입학한 후에 70대 한의사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한의사는 뛰어난 머리가 필요치는 않다. 꾸준하고 성실한 것이 제일 필요한 덕목이라는 말씀이셨다.
부모님이나 학생들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공부를 해서 의대에 지원할 수 있었다면 의사가 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사이래로 의사가 굶어 죽은 적은 없다"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니까. 지금 의사소득의 반이나 3분의2 정도라도 직장생활보다는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변에서 영재급이라고 평가를 받거나 진취적인 학생들은 다시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이들이 이공계로 진학하면 큰 꿈을 이룰 수도 있다. 신기술 하나만 개발해도 10만명 이상을 먹여 살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충분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인생의 진로를 선택하는 중요한 갈림길에서 학생 자신의 적성과 직업의 전망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아야 한다. 적성은 고려하지 않고 현재 그 직업의 상황만으로 진로를 선택한다면 졸업한 뒤에 후회할 수도 있다.
/황&리 한의원장 겸 수험생컨설턴트·hwangn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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