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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남기고/원로 아동문학가 윤석중씨 92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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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남기고/원로 아동문학가 윤석중씨 92세로 별세

입력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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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타계한 석동(石童) 윤석중(尹石重) 옹은 80년 가까이 1,000편이 넘는 노랫말을 지은 '동시의 역사'이다. 그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기찻길 옆 오막살이', '산바람 강바람', '낮에 나온 반달', '퐁당퐁당' 등 수많은 사랑스러운 노랫말을 선물했다. 어린이날에는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로 시작되는 어린이날 노래, 졸업식 때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졸업식 노래가 불렸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동시에 얹은 노래를 거쳐오지 않은 사람이 없다.그가 동시를 짓기 시작한 것은 암울한 일제 시대였다. "1941년 일본 조치(上智)대를 졸업하고 귀국하는 길에 열차에서 오막살이를 봤다. 어린이들이 배를 드러내고 잘도 자고 있었다. 이렇게 세상이 어수선한데 아이들은 옥수수 크듯 잘 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흔을 맞아 기념문집을 낸 뒤 한국일보 문학기행(2000년 10월11일 보도)에서 그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창작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나라 잃은 설움을 뼈저리게 겪어야 했던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희망이라고 믿었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 노랫말을 썼다.

1933년 펴낸 첫 동시집 '잃어버린 댕기'는 개인 창작집으로는 국내 최초의 책이다. 소파 방정환의 뒤를 이어 '어린이'지를 주관했던 것도 이즈음이다. 해방 직후 최초의 어린이신문을 내기도 한 그는 1956년 새싹회를 창립하고 소파상과 새싹문학상 등을 제정했으며, 전국에 노래비를 세우고 어린이 글짓기대회를 여는 등 왕성한 아동문학 활동을 전개했다. '초승달' '엄마손' 등 동요집과 '열 손가락 이야기' 등 동화집 20여 권을 남겼으며, 1988년 '새싹의 벗 윤석중 전집'(전30권)이 간행됐다. 외솔상, 막사이사이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인촌상 등을 받았으며 86년 예술원 원로회원으로 추대됐다.

그는 "방송을 들어보면 어린이 시간에 어린이 노래는 나오지 않고 유행가나 틀고 있다.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의 순수함이 빛 바래는 것"이라며 동시와 동요에서 멀어진 요즘 아이들의 세태에 가슴을 쳤다. 동심이 찌들어가는 것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면서 아이들이 예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린이를 위한 노랫말 짓기에 평생을 바쳤다. 아흔이 넘어서도 동시를 쓰면서 "생각은 열 살, 생활은 서른 살"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은 노랫말은 영원히 늙지 않을 것이지만 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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