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숙적 일본에 덜미를 잡혀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의 꿈을 접고 말았다.한국청소년대표팀은 8일 밤(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3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끝에 사카타에게 골든골을 허용하며 일본(D조 1위)에 1―2로 패배, 8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한국청소년대표팀이 일본에 패한 것은 94년이후 9년 만으로 통산 전적 20승4무3패를 기록하게 됐다. 일본은 브라질―슬로바키아전 승자와 13일 오전 2시 두바이에서 8강전을 갖는다. 이날 아우들의 패배로 10일 제1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한일전 A매치를 앞둔 형님들이 설욕전의 바통을 이어 받게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최성국 카드가 빛을 발하며 일본을 잡는 듯 했으나 결국 사카타에게 동점골과 골든골을 잇따라 내줘 분패했다. 박성화 감독은 짧은 패스와 조직력을 앞세운 일본의 미드필드진을 흔들기 위해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최성국 카드'를 꺼내 들었고, 최성국이 보기 좋게 기대에 부응하며 극일 작품을 합작하는 듯 했다.
'일본 킬러' 최성국―김동현(오이타)을 투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전반 초반 최성국이 상대 문전을 휘저으며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내주는 등 공격을 이끌어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5분 조원희의 헤딩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김진규 김동현이 잇달아 슛을 날렸으나 아쉽게 골문을 비켜갔다. 좌우측 측면돌파와 최성국을 이용한 가운데 공간 활용이 활발했으나 보다 세밀한 크로스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33분 수비 혼전 중 슈팅 1개의 빈공에 허덕이던 일본의 나루오카에게 오른발 슛을 허용하는 실점위기를 맞았던 한국은 5분 뒤 고대하던 첫 골을 터트렸다.
수비수 이호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찔러주자 이종민이 다시 아크 부근에 있던 최성국에게 연결, 절묘한 바운드슛으로 일본의 골문을 흔들었다. 일본은 아베와 모기를 투톱으로 앞세워 한국 문전을 위협했으나 마무리 부재를 드러내며 빈공에 그쳤다.
후반 들어서도 일본은 장신 공격수 히라야마를 앞세워 반격을 시도했지만 길목을 지킨 한국 수비에게 번번히 차단당해 다시 한번 '한국 징크스'에 발길을 돌리는 듯 했다. 총력전을 펼치던 일본은 스트라이커 사카타가 동점골을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후반 조커로 교체 투입된 사카타는 후반 37분 후방에서 찔러준 롱패스를 페널티지역에서 받아 한국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오른발 슛,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연장전 들어 김동현이 결정적 찬스를 맞는 등 다소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연장 전반 14분 사카타를 수비수가 놓치면서 골든골을 허용, 분루를 삼켜야 했다.
한편 아르헨티나도 이집트에 연장전끝에 2―1로 승리, 8강에 합류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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