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흥한 자, 소송으로 망한다?'소송천국'으로 알려진 미국 사회가 무분별한 소송 풍조로 값비싼 사회적 비용은 물론, 전문직 인력의 사회적 역할마저 갈수록 위축시키는 '소송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15일자)가 커버 스토리로 보도했다.
미국의 소송 붐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횡포'에 맞설 길 없던 소비자나 세납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개혁적 판사와 사회운동가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통해 '개인의 권리'를 적극 주장하면서 많은 불합리한 상황이 개선됐다. 기업은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하기 시작했고 공무원의 공복 의식도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소송 유행은 도를 넘어서 누구에게나 "수틀리면 소송하겠다"고 맞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소송' 수준으로 번졌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가족의 병을 못 고친 의사나 자녀의 부정행위를 처벌한 교사에 대한 소송은 일도 아니다. 시립 골프장에서 번개를 맞았다며 지방자치단체를 고소하고, 자살을 막지 못한 장관에게 보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성폭행 용의자가 도주기간 중 동상에 걸려 발가락을 절단하자 "왜 빨리 체포하지 않았냐"며 책임을 물을 정도다.
대다수의 무리한 소송이 법정에 가기 전에 걸러지지만 여전히 '일단 (소송을) 내고 보자'는 심리가 줄지 않는 이유는 만에 하나 이길 경우 천문학적인 금액을 손에 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수임료를 노린 소송전문 변호사들의 집요한 부추김도 한 몫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소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이미 미국 사회 거의 모든 구성원에게 심각한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담 온 신도를 위로하려고 껴안았다가 '부적절한 성행위'로 고소 당한 신부는 더 이상 신도와 접촉하지 않는다. 응급실 의사는 환자의 눈치를 살피며 방어적 진료에 급급하고 있다.
미국 전역 놀이터의 정글짐, 시소 등 위험 놀이시설들은 소송 위험 때문에 대부분 철거됐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소송을 야기했다. 놀이터 대신 집 안에서 노는 아이들이 살이 찌자 이번엔 맥도날드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한해 미국에서 쓰여지는 소송 관련비용 2,000억 달러는 세금 등으로 결국 개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뉴스위크는 "무작위 소송에 대한 반성으로 소송변호사제 개혁, 보상비 상한선 도입 등 개혁안도 나오고 있지만 강한 반대논리에 묻혀 지지부진하다"며 "언젠가 미국민의 소송권리 자체가 고소 당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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