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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전기 임재석씨가 밝힌 행적/"민가 들러 길 물어… 30분뒤 공격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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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전기 임재석씨가 밝힌 행적/"민가 들러 길 물어… 30분뒤 공격당해"

입력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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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인 것을 알고 쏜 것 같았다." 지난달 30일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 고속도로상에서 피격된 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오무전기 직원 임재석(林在碩·32)씨는 7일 독일 란트슈툴 미군병원으로 후송된 뒤 이렇게 말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임씨 뿐이어서 증언의 사실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밝힌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적어도 범인들은 한국인들이 탄 차량의 신원도 모른 채 무작정 공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임씨가 밝힌 오무전기 직원들의 피격 당일 행적은 이렇다. 송전탑을 점검하기 위해 티크리트 현장본부(K2)를 나선 일행은 오후 12시 20분께 티크리트강을 막 넘어선 지점에서 차를 세운 뒤 이라크 민가에 들러 송전탑의 위치를 물었다. 임씨 등이 탄 차에는 아무런 표지가 없었고, 근처에 민가도 그곳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임씨 등은 작업을 마치고 다시 본부로 돌아가던 중 12시 50분께 앞서의 민가 인근 고속도로 상에서 공격을 받았다. 한적한 고속도로 인근에 있는 민가의 사림들이 임씨 일행이 접촉한 유일한 이라크인들이었고, 피격지점도 그 민가 근처였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임씨는 "현장에서 본부로 돌아가던 중 승용차 한대가 우리 차를 바싹 뒤따라왔고, 달리고 있던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비켜서는 순간 40여 발의 총탄세례를 받았다"고 말했다.

범인들이 한국인 직원들의 신원을 미리 파악하고 현장 부근 어딘가에서부터 미행한 뒤 한적한 고속도로변을 범행장소로 삼았을 가능성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임씨는 "티크리트 고속도로는 평소 통행량이 많았으나 피격 당시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순식간에 일어났고, 이라크 당국에 검거된 것으로 한때 알려진 범인들도 이미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상정도가 심해 접촉이 금지된 또 다른 생존자인 이상원씨가 어떤 증언을 할지도 변수이다.

그러나 앞서 발생한 일본인 외교관 피살사건이 "주도면밀하게 계획됐다"는 이라크 당국자의 발표대로라면 연이어 터진 한국인 기술자 피격사건이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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