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라고는 '바보'가 제일 심하다. 그러니 잔혹한 살해장면이나 육감적 베드신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나쁜 녀석들'처럼 요란한 차 추격 장면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주지도 않는다. '더티 해리'의 해리 캘러한이나 '공공의 적'의 강철중처럼 범인을 끝까지 따라가서 응징하는 악질 형사도 없다.일본에서 8주 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1,0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춤추는 대수사선2'는 어딜 봐도 형사영화 같지 않은 형사영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형사영화가 아니라 정리해고 시대의 직장문화에 대한 코미디다.
관할구역에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도쿄 완간(灣岸) 경찰서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다. 경시청은 홍보효과를 노려 여성인 오키다를 본부장으로 앉히고 80명의 수사팀을 급파하지만 살인사건이 또 일어난다. 경찰은 이중삼중으로 포위망을 좁히다가 오히려 용의자에게 수사요원을 납치당하기까지 한다.
형사영화라면 강력계 순사부장인 아오시마(오다 유지)의 말처럼 "좀 더 화끈한 사건"을 찾게 마련이고 '몸 속에서 불이 타오르는 '열혈 형사의 활약상을 그릴 법하다.
그러나 '윗분'들은 "너 때문에 모두 감봉이 됐다"며 타박을 하고 고작 고민한다는 게 부하 직원과의 로맨스나 도시락 공급업체에게 받을 뇌물이다. 개 끈 같은 넥타이 차림을 하고 경시청에서 내려온 윗분들에게 고분고분하는 이들 형사에게 경찰서는 철밥통 직장에 지나지 않는다.
거꾸로 본다면 이런 서민적 체취가 '춤추는 대수사선2'의 잔재미다. 상부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윗분의 지시에 숨막혀 하던 일선 형사들이 서로 지혜를 모아 범인을 잡는다는 내용은 끈끈하고 가족애 넘치는 직장문화에 대한 일본인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한 듯하다.
교각 하나를 통제하고 총알을 한 방 발사하려고 해도 온갖 절차를 다 밟아야 하는 관료주의 문화와 절대적 상명하복에 대한 희화화도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1월부터 3월까지 11차례 후지 TV에서 방영된 시리즈 '춤추는 대수사선'은 경찰서를 하나의 회사조직처럼 묘사하는 새로운 시각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이듬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101억엔의 경이로운 흥행 성적을 거둔 이 작품의 속편 또한 일본 역대 개봉주말 흥행기록을 깨는 등 일본영화사의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매력이 한국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살인의 추억'이나 '와일드 카드' 처럼 형사의 체취가 강렬하게 묻어나는 영화가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심심하고 착하기까지 한 일본 형사들이 얼마나 관객을 끌어들일지 궁금하다. '사토라레'를 만든 모토히로 가쓰유키 감독 작품.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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