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서정우(사진) 변호사가 불법 대선자금 수수혐의로 8일 긴급체포되면서 이 전 총재에 대한 검찰 조사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서 변호사는 이 전 총재의 경기고·서울대 법대 8년 후배로,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거물급 변호사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 후보측 법률고문을 맡아 여권의 '병역비리' 공세에 대응했고 앞서 '세풍' 사건에서도 한나라당측 변론을 맡았다.서 변호사는 그러나 이 같은 공식 직함 외에 이 후보가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측근 중 한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후보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수석재판관으로 인연을 맺은 서 변호사는 이후 법률자문은 물론 이 후보의 개인사 까지 챙길 만큼 두터운 교분을 유지해 왔다.
문민정부 시절 이 후보가 감사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감사원은 직무상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 지위에 있다"고 언급한 것도 사실은 서 변호사의 법률자문 결과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 후보 집권시 감사원장 후보 1순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신임을 바탕으로 서 변호사는 대선 당시 선거전략 수립은 물론 이 후보의 '특명사항'을 수행하는 비선 조직의 핵심이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특히 그는 이 후보의 사조직인 부국팀의 부회장으로 자금관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국팀은 지난해 11월말 이 후보의 의원직 사퇴와 함께 당 공식조직인 직능특위에 편입되기 전까지 회원수 25만명의 거대 조직이었다. 서 변호사의 대선자금 수수혐의가 사실이라면 결국 지난 대선 당시 '비선 조직'을 통해 선거자금 모금이 이뤄졌다는 그간의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는 셈이다.
검찰은 서 변호사의 자금수수 시점을 지난해 11월이라고 밝혔다. 즉 부국팀이 나서서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했고 이후 조직이 당에 흡수되면서 자금도 따라 흘러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검찰이 "한나라당도 서 변호사의 자금수수와 무관치 않다"고 한 것은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볼 때 돈 문제에 관한 한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엄격한 태도를 보였던 이 후보를 대신해 '실탄 조달'의 악역을 떠맡았던 인물은 이 후보의 최측근 인사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SK비자금 100억원을 수수한 최돈웅 의원 역시 이 후보의 경기고 동기로 수십년 지기다. 따라서 이들 측근 인사들의 불법 자금 수수 사실을 과연 이 후보 자신이 몰랐겠느냐는 것이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의혹을 푸는 마지막 '열쇠'다. 사조직과 최측근의 관여사실이 드러난 이상 이 후보에 대한 검찰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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