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이나 현관에 이름 모르는 작가의 그림, 혹은 교과서에서 본 듯한 유명 작가의 포스터를 걸고 화장실과 현관에 아트 상품을 놓으면, 요즘처럼 무수한 정보와 매체의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작은 즐거움과 여유를 갖게 한다. 작가의 작품에는 그것이 오리지널이든 복제품이든 작가 자신의 철학과 예술세계가 담겨 있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직접 체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체험하고, 그 세계를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좋은 그림은 보고 또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값 비싼 그림만이 꼭 좋은 것은 아니며 나에게 맞는, 내가 즐길 수 있는 그림이 좋은 그림인 것이다.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그림은 역시 인상파의 그림으로 가장 비싸게 거래가 된다. 반 고흐가 1890년에 그린 '닥터 가세의 초상'은 1990년 소더비 경매에서 약 1,031억원(8,250만 달러)에 팔려 현재까지도 최고의 가격으로 경매된 회화 작품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는 예술을 상품으로 인식하는 소비중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며, 예술작품을 부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한 잘못된 결과이다.
작품은 가슴으로 봐야 한다. 스위스의 세계적 미술기획자 하랄드 제만은 "(사람들이) 작품을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본다"고 했다. 작품을 자기 자신의 취향이나 느낌에 따라 보기보다 지명도를 듣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순수한 감성의 결핍에서 자기 자신의 주관과 관계없이 그저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은 꼭 돈 많은 사람만이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 비싸지 않아도 좋은 작품이나 아트 상품은 마음을 열고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마치 조선시대의 민화가 교육을 받지 못한 이름 모를 이들의 작품이지만 최고의 예술로 인정되듯, 무명 예술가의 진실된 예술작품이 오히려 우리 삶에 여유와 즐거움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박 규 형 갤러리 아트파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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